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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드라마 리뷰

브레이킹 배드 - 캐릭터성이 확립된 주인공들이 주체적으로 이끌어가는 극의 힘

Essential

감독 : 빈스 길리건

배우 : 브라이언 크랜스턴, 아론 폴, 애나 건, 딘 노리스, 지안카를로 에스포지토, 밥 오덴커크 등

 

Pros & Cons

 

캐릭터의 '성격'과 '가치관'의 성립과 변화에 대한 투철하고 세밀한 노력

주체적인 캐릭터들의 성격이 끌고가는 극의 속도와 힘

치밀하게 상황을 타개하는 주인공에 대한 카타르시스

사물, 복선, 기억과 과거의 행동들에 대한 비유와 메타포

기승전결의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마무리

 


 

시즌 5 사건의 이질적이고 아쉬운 사건의 발단

초중반 시즌에서의 불안한 카메라 워크

 

 

 

브레이킹 배드는 유별나다 싶을 정도로 등장인물들의 아이덴티티 확립과 변화에 시간을 많이 할애하였다.

 

마치 원소기호들이 만나 조합에 따라 다양한 화학 반응을 일으키듯, 한 명 한 명의 성격들이 이벤트와 인물들이 만나 생기는 다양한 반응과 마찰, 그리고 그에 따른 대처를 연쇄적으로 이은 것과 같다.

 

이는 등장인물들의 행동과 선택에 대해서 동기부여와 당위성이 주어지기 때문에 어떤 결과가 나와도 전혀 이질적이지 않고 유연하다. 

 

또한 주인공인 월터가 계속해서 구석으로 몰려들어가는 모습을 보며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가도, 치밀하게 혹은 극적으로 상황을 타개하며 진정 '하이젠버그'로 변해가는 과정에서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이렇듯 캐릭터성이 확립된 주인공들을 등에 업은 빈스 길리건 감독은 - 극을 천천히, 탄탄하게 하나씩 쌓아올리면서 시청자들을 외통수로 밀어넣어버리는 무서운 연출력을 선보인다.

 

 

 

브레이킹 베드는, 후반부를 제외하면 극적인 장면들이 나오는 에피소드가 드물다.

 

그럼에도 여타 다른 드라마들과는 달리 강렬하게 기억된 에피소드들이 있는데, 

대개는 한 인물의 성격에 대해서 치밀하게 다루는 에피소드들이다.

 

예를 들면

 

- 투코에게 맞서는 월터, 제시의 합동 작전을 대사 한 마디 없이 종 하나로 물거품으로 만들며 시종일관 분위기를 휘어잡았던 열연을 보여준 헥터 살라만카가 빛났던 시즌 2 에피소드 2 사라진 월터 (원제 - Grilled)

 

- 월터 화이트의 세밀하고 치밀한 성격과 그의 일처리 방식과 그의 현 상황을 비유적으로 보여준 시즌 3 에피소드 10 파리 한 마리 (원제 - Fly)

- 계륵인 월터와 제시를 말 한마디 없이 행동만으로 경고, 다시 한번 둘 사이에서 갑이 누군지를 보여준 거스를 그린 시즌 4 에피소드 1 박스 커터 (원제 - Box cutter) 등이 있다.

 

또한 등장인물들이 일련의 사건들을 겪으며 성격이나 가치관, 행동이나 말투가 바뀌는 모습을 보는 재미도 쏠쏠한데 대표적으로 몇 개월 전과는 확연히 달라진 월트와 그에 굴하지 않고 맞서는 스카일러의 대화가 오간 시즌 4 에피소드 6 진퇴양난 (원제 - Cornered)의 오프닝과 엔딩 신이 있겠다.

이처럼 단순히 에피소드를 스토리 진행에서 그치지 않고 '캐릭터'가 스토리를 끌고가는 역동적인 전개가 브레이킹 베드만의 가장 큰 장점이다.

 

하이젠버그의 탄생을 알린 몇 장면 중 하나.

 

특정 상황에 처한 캐릭터가 주동적으로 사건과 상황을 이끌어나가면서 이야기의 맥락이 바뀌기 때문에, 

다양한 이벤트들을 겪는 등장인물들의 대사들이 곧 수많은 명대사가 되었다.

 

실제로 브레이킹 베드에서 나온 유명한 명대사들은 등장인물들의 본연의 모습, 바뀌는 과정, 바뀐후의 성격들을 대변하는 대사들이 많다.

 

제시의 역할 부재와 그에 따른 이질감

 

다른 시즌들에 비해 시즌 5는 비교적 아쉬운 부분들이 많이 보였다.

 

사건의 발단인 치밀하고 임기응변에 뛰어난 월터가 화장실 변기칸에 게일 베티커의 단서가 있는 책을 놨다는 것이 너무나도 이질적으로 다가오며, 월터가 자신의 차에 gps가 달린지도 확인하지 않고 제시의 거짓전화에 속아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자신의 돈을 묻어둔 곳에 달려갔다는 것 또한,

 

'치밀함'과 '완벽함' 그 자체인 월터와 전혀 상반되는 행동과 결정을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비단 그간의 '월터'답지 않은 이상 행동뿐 아니라, 제시의 역할 및 새로운 전개를 위해 다수의 새로운 얼굴들이 등장했는데, 이는 작중 여러 사건들의 시발점이 되어 새로운 국면에 처하게 만드는 '제시'라는 역할이 더 이상 쓸 수 없게되자 억지로 끼워넣었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월터 개인의 욕망과 가족사이에서의 갈등과 타협점을 찾는 과정을 어쩔 수 없이 한번은 맞닥뜨려야 했지만, 그 발단과 과정이 타 시즌들에 비하면 헛점이 많이 드러난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그럼에도, 시즌 5는 월터가 이뤄온 마약 제국(Empire)은 물론 동료와 가족을 잃고 몰락하기 까지의 과정을 매끄럽고 입체적으로 그려낸 점과, 여태까지 느꼈던 카타르시스의 정반대인 신선한 충격을 이끌어낸 점 등 여전히 훌륭한 면모를 보여준다.

 

하이젠버그에 잠식당한 월터의 실질적인 죽음.

제 3자를 대변하는 스카일러의 심정을 상상해보자

 

드라마의 내용이나 캐릭터들 외적으로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개인적으로 긴박함과 패닉을 표현한 시즌 4 에피소드 11 좁은 틈 (원제 - Crawl Space) 엔딩 씬에서 쓰인 OST의 활용은 정말 훌륭했다고 생각이 드는 동시에 여태껏 왜 OST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과 초중반 불안한 카메라 워크, 그리고 다소 아쉬운 엔딩 장면 선택이 있겠다.

 

엔딩 씬 시퀀스는 본 에피소드의 마무리다음 에피소드의 기대와 궁금증을 증폭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개인적으로 에피소드의 엔딩 장면들을 탁월하게 고른다고 생각하는 미드 왕좌의 게임 시리즈와 비교를 해보면 적잖은 아쉬움이 남는다.

 

그러나 이 요소들은 본 드라마에서의 아주 미세한 옥의 에 불과할 뿐, 전반적인 드라마적 요소들과 주제, 인물들의 변화와 여러 이벤트들을 종합적으로 봤을 때, 브레이킹 배드가 이뤄낸 걸출한 업적은 차후 다른 드라마들에게 새로운 기준점이 될 것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