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영화 리뷰

하얀 리본 - 훌륭한 비유를 통해 생각을 상징화하여 전달할 수 있는 화자의 힘 Recommend 감독: 미하엘 하네케 배우: 크리스티안 프리에델, 울리히 터커, 에른스트 야코비 등 하얀 리본은 한 남자의 덤덤한 내레이션으로 시작한다. 독일의 한 시골마을에서 벌어지는 크고 작은 사건들이 연속적으로 발생하면서 자연스럽게 '누가' 이 범행을 저질렀는지에 대해 초점이 맞춰진다. 그러나, 온통 흑색과 백색 단 둘로 간단하게 나누어지는 영화 속 화면과는 다르게 매우 애매하고 흐릿하게 안갯속으로 들어가기만 할 뿐 범인은 끝끝내 밝혀지지 않는다. 오직 교사의 추리처럼 마을 아이들이 가장 유력한 후보로 점쳐질 뿐이다. 때문에 관객들은 이 영화의 마지막으로 인해 관객들은 적지 않은 혼란에 빠질 것이며, 다음과 같은 질문에 이르게 된다. "그래서 누가 범인이란 거야?" 여기에 대한 감독의 대답은 영화.. 더보기
파워 오브 도그 - 이분법적 간극들 사이 풍부하고 견고하게 채워진 감정들 Essential 감독: 제인 캠피온 배우: 베네딕트 컴버배치, 제시 플레먼스, 키얼스턴 던스트, 코디스밋 맥피, 토마신 멕켄지 등 파워 오브 도그에서의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선보인 연기는 과연 사람들이 입을 모아 '돌아오는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로 등재될만하다'라는 얘기가 나올 법했다. 그에 지지 않는 제시 플레멘스의 명품 조연도 훌륭하고, 무엇보다 키얼스틴 던스트의 연기가 개인적으로 매우 인상적이었다. 그녀야 말로 2022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에 마땅히 올라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다. 그녀가 연기한 '로즈'의 감정을 통째로 보는 이에게 전달해주며 영화 내내 여진을 앓게 한다. 필의 위압적인 모습과 로즈의 위축된 모습, 그리고 그 사이 조지의 무관심한 대응은 곧 피터가 취할 다음 액션으로.. 더보기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 마블 학교 거미반 선후배들의 정겨운 동창회 Ordinary 감독: 존 왓츠 배우: 톰 홀랜드, 젠데이아, 베네딕트 컴버배치, 제이콥 배덜런, 존 패브르, 마리사 토메이 등 2002년 첫 선으로 보였던 샘 레이미 감독의 스파이더맨 트릴로지, 2012년 새로운 얼굴로 다시 등장한 마크 웹 감독의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시리즈, 그리고 채 5년도 되지 않아 MCU라는 거대한 파도와 함께 새롭게 등장한 존 왓츠 감독의 스파이더맨 트릴로지까지. 무려 20년이라는 시간 동안 3개의 독자적인 시리즈로 만들어진 만큼 다양한 세대에 걸쳐있는 각자의 기억과 추억은 서로 다를 수 있지만, 마블/소니, 그리고 '스파이더맨'이라는 프랜차이즈를 사랑하는 영화인이라면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만큼 기대가 되는 작품은 또 없었으리라. 마블의 손꼽히는 장점 중 하나는 바로 특색.. 더보기
이터널스 - 러닝타임 값을 하는 선수들 Ordinary 감독 : 클로이 자오 배우 : 안젤리나 졸리, 리처드 매든, 셀마 헤이엑, 키트 해링턴, 젬마 찬, 마동석, 베리 케오간 등 08년도부터 시작해 19년도에 장엄하게 막을 내린, 11년간의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이하 MCU)의 성공 신화 이후 바통을 넘겨받게 되었다는 부담감을 제하고 보더라도, MCU 세계관 속에서 등장하는 여타 다른 인물들과는 다르게 세계관의 최상위 계층에 있는, 다시 말해 세계관에 큰 영향을 끼치는 인물들을 다루는 영화다 보니 톤 앤 매너에 대해서 제작진 입장에서는 부담이 상당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노마드랜드'로 건조하면서도 따뜻한 감정선을 그려내며 아카데미 감독상을 수상한 클로이 자오를 선임하게 된 이유로 추측된다. 마블의 강점이라고 할 수 있는 위트 있는 유머.. 더보기
마더 - 겉으로만 표출하는 감정표현의 매너리즘 Awful 감독 : 오모리 타츠시 배우 : 나가사와 마사미, 아베 사다오, 카호 등 타국 언어에서 오는 이질감 때문일까, 아니면 연기에 대한 다른 개념과 철학을 가진 나라에 적응을 하지 못한 탓일까. 유독 일본어로 이루어진 연기는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애를 써도 겉표면에서만 감정을 분출한다는 느낌을 지우기 쉽지 않다. 이 점은 배우들의 농도 짙은 감정적 연기가 요구되며, 그에 따라 영화 전반의 분위기가 좌우되는 하드보일드 장르 영화일수록 더더욱이 그렇다. 잠시 다른 얘기를 해보자면, 케이시 에플렉은 '맨체스터 바이 더 씨'에서 고래고래 울면서 슬픔을 표현해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은 것이 아니다.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에서 크리스토프 왈츠가 연기한 한스 란다 대령이 무서운 점은 그가 그의 감정을 곧이곧.. 더보기
릴리슈슈의 모든 것 정말 오랜만에 구토를 했다. 딱히 상한 음식을 먹거나 전날 과음을 한 것도, 감기에 갈린 것도 아니었다. 쳇바퀴 굴러가듯한 하루를 마무리하고 조금의 여유가 남아 영화를 보던 여느 때와 다를 것 없었다. 머릿속으로는 '평범하다' 혹은, '그리 대단치 않다'라는 단조로운 감상평을 되내이며 잠을 청한 지 1시간도 채 되지 않은 그리 깊지 않은 새벽, 나는 그날 먹은 모든 것을 게워내야만 했다. 왜 일까, 영화를 다 본지 몇일이 지났는데도 이 질문은 가끔씩 불쑥 튀어나와 내 머릿속을 헤집고 도망가기 일쑤였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이미 답은 정해져 있고 나 스스로 인정하기 싫어서 질질 끄는 것이 맞다고 해야겠다. 맞다. 릴리슈슈의 모든 것은, 탁월한 걸작이다. 그 앞과 중간에 어떤 설명이나 수식어가 들어가도 .. 더보기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 - 악역 없이는 펼치지 못하는 (자칭) 진보주의자들의 저열한 사상과 사고방식 Ordinary 감독 : 아론 소킨 배우 : 조셉 고든-레빗, 에디 레드메인, 마이클 키튼, 마크 라이언스 등 톰 헤이든과 시카고 7의 행적들을 보며, 또 그들의 마지막 항변을 보며 가슴이 뭉클했는가? 억압받고 상처 받았다고 '주장'하는 그들에게 이입되어 카타르시스를 느꼈는가? 그것이 과연 아론 소킨 감독이 의도한 것일까? 중립적인 시각으로 이 재판을 바라보았을 때, 재판과 관련된 주요 인물들 중 어느 하나 결점이 없는 사람은 없다는 것은 쉽게 눈치챌 것이다. 거두절미하고 피고인들부터 짚어보자면, 명분이 어찌 됐든 그들은 범죄를 저질렀다. 그것도 가뜩이나 사상 및 관념에 극도로 민감하던 시기에 불법시위와 폭동을 일으키려는 중범죄를 모략한 인물들이다. 사실 재판까지 올 필요도 없었던 이 사건은, 영화 초반.. 더보기
도굴 - 이젠 눈을 감을 감고 영화를 봐도 될 정도 Awful 감독 : 박정배 배우 : 이제훈, 신혜선, 조우진, 임원희 등 한국을 배경으로 하는 케이퍼/하이스트 영화가 유적들을 다 부수고 문화재를 훔치고 주인공이 호의호식하는 결말을 맺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포스터와 시놉시스, 예고편만 봐도 훔치고 나면 어차피 사회에 반환하는 교훈적인 결말 혹은 훔친 뒤 다시 잃어버리거나 소멸되는 결말로 끝날 것임을 짐작해 볼 수 있다. 그러나 사실 대부분의 관람객들은 보물을 훔치는 진위여부나 그 과정, 그리고 결말에 대해 알고 싶어서 영화를 보는 것이 아닌, 유쾌하고 가볍게 환기시키기 위해 이 영화를 선택한 것이 다반사 일 것이다. 때문에 미리 줄이자면 - 도굴 과정에서의 돌발상황 과 그 뒤처리, 악역의 구성과 반전 떡밥, 그리고 결말 구성까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