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dinary
감독 : 아론 소킨
배우 : 조셉 고든-레빗, 에디 레드메인, 마이클 키튼, 마크 라이언스 등
톰 헤이든과 시카고 7의 행적들을 보며, 또 그들의 마지막 항변을 보며 가슴이 뭉클했는가? 억압받고 상처 받았다고 '주장'하는 그들에게 이입되어 카타르시스를 느꼈는가? 그것이 과연 아론 소킨 감독이 의도한 것일까?
중립적인 시각으로 이 재판을 바라보았을 때, 재판과 관련된 주요 인물들 중 어느 하나 결점이 없는 사람은 없다는 것은 쉽게 눈치챌 것이다. 거두절미하고 피고인들부터 짚어보자면, 명분이 어찌 됐든 그들은 범죄를 저질렀다. 그것도 가뜩이나 사상 및 관념에 극도로 민감하던 시기에 불법시위와 폭동을 일으키려는 중범죄를 모략한 인물들이다. 사실 재판까지 올 필요도 없었던 이 사건은, 영화 초반 시카고 시장의 행정 담당관의 시위 불허 결정에 따르면 됐다. 그들의 어른스럽지 못한, 비굴한 오기로 내린 이후 선택들은 중립적인 입장에서 바라보았을 때 매우 멍청한 선택들이었고, 또 그에 대한 책임을 면피 및 전가하려는 행태들은 역겹기까지 하다. 그들과 같은 편이었다면 울화통이 터졌을 것만 같을 정도로.
그들의 모순을 단순하게만 나열해봐도 사실을 왜곡하고, 대중들을 선동하고, 사실 확인보다 감정이 앞서고, 언론플레이와 여론 장악에 핏대가 서있으며, 재판에서 먼저 공격적이며 무례한 태도를 보인 것도 그들이다. 온갖 수를 꺼내는 족족 막히자 결국 마지막에 꺼내 든다는 카드가 신파와 논지에 벗어난 감성팔이. 이에 환호하고 박수를 치는가 하면, 마치 영웅을 발견한 듯 그림까지 그리는 그들의 모습은 실로 역하기 짝이 없다.
물론 반대 측 진영에서도 결함이 없는 것은 아니다만, (그들의) 악의 축이 되는 재판관을 바보로 그려낼 필요까진 없었다. 다시 말하면 감독은 재판관을 독선적이고 얄미운 절대 악으로 그려내야만 시카고 7이 범한 실수들이 대등해지며, 나아가 동정 여론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오히려 역으로 아론 소킨이 그려낸 시카고 7은, 거대한 적에 맞서는 소수의 선한 인물들을 표방하며 절대악을 만들어내서라도 대립해야 하는 모순적이고 저열한 집단처럼 느껴진다. 제리와 애비를 통해 알 수 있는 전형적인 히피의 모습처럼 말이다.
과연 감독이 시카고 7을 통해 민주주의에 대한 존경, 모국에 대한 애국심과 거대한 적과 맞닥뜨리더라도 '정의'를 저버리지 말고 맞서 싸우라는 뻔한 메시지를 전달하려 했을까? 아니면 역으로 시카고 7을 통해 반면교사 삼아 적어도 어른답게 기본적인 예의를 갖추고, 또 그들처럼 행동하지 말라고 가르쳐주려는 의도는 아니었을까?
전체적인 영화의 흐름과 뉘앙스를 보았을 때, 후자는 아닐 것 같은 생각이 들어 미국을 포함한 자칭 진보주의자들에 대한 인식과 편견이 더욱 부정적으로 바뀌기만 한다.
중심 이야기 외적 부분을 얘기해보자면 - 소셜 네트워크에서 보여준 스피디하고 각 캐릭터들의 성격을 녹여낸 아론 소킨만의 출중한 각본은 이번 작품에서도 빛을 발한다. 이번엔 유려한 말빨과 화려한 캐스팅에 걸맞은 연기력, 그리고 재판이라는 스피디한 스포츠 장르를 결합하여 책이 술술 읽히는 듯 영화를 눈으로 보는 듯한 각본을 제작했다. 그러나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식과 끝맺음을 짓는 부분 등에서 아론 소킨은 여전히 훌륭한 각본가이지만 아직 훌륭한 감독은 아니라는 것이 여실히 드러난다. 데이빗 핀처 감독의 영향력과 능력이 더욱 대단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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