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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영화 리뷰

모노노케 히메 - 당시 시대상을 당당하게 역행하는 대범함

Ordinary

감독 : 미야자키 하야오

성우 : 마츠다 요지, 이시다 유리코 등


나는 영화를 보기 전후에 그 영화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찾아보곤 한다. 이는 영화를 보기 전에는 흡수에 도움이 되며, 후엔 소화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른 시각에서 보면 사전 정보를 찾아볼 때엔 영화에 대한 스포를 당할 수도 있고, 감상 이후엔 다른 사람의 시각 및 평을 내 의견인 것 마냥 덧씌워져 '나'의 감상평이 왜곡되기도 한다. 다시 말해 영화에 대해 검색하는 것은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영화에 대한 선입견이 생긴다는 위험성을 지니고 있다.

모노노케 히메와 같이 한 분야에서 획을 그은 영화들은 더욱이 조심스럽다. 한 분야의 '정점'이라는 타이틀에 넘어갔지만 막상 기대치에 미치지 못해 실망했던 경험이 몇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럴 때는 일종의 배신감과 함께 더욱 가혹한 평을 내리게 되곤 한다.)

영화와 관련 없는 서론을 늘어놓은 이유는, 안타깝게도 모노노케 히메는 후자에 가깝기 때문이다.


'모노노케 히메'의 모습이 짙게 보이는 영화 '아바타'


자연을 파괴하는 인간이 초래한 재난. 끊이지 않는 전쟁. 
자연과 인간의 상생이라는 교과서적인 주제에 선과 악을 굳이 나누지 않는 인간군상을 보여주는 것.
작품 속 등장인물들을 통해 반성하고 변화하도록 마침표를 찍어주는 것.

분명 모노노케 히메 이전에도 이런 교훈을 다룬 매체는 분명 있었을 주제이고, 20여 년이 훌쩍 지난 현재까지도 끊이지 않고 잘 먹히는 소재 중 하나이다. 그러나 '모노노케 히메만의 무언가'를 당당하게 내세울 수 있는지에 대한 나의 대답은 부정적이다.



그럼에도 모노노케 히메는 '수작'임은 분명하다. 벌써 20년이 훌쩍 넘은 것을 감안하고서라도 빼어나게 훌륭한 작화와, 기센 여성과 같이 당시 일본의 시대상을 역행하는 신념, 도시 개발과 같은 자연파괴가 만연한 현대 사회상과 반대급부에 있는 설정 등 작품 내/외적 요소들 등 이미 잘 알려져 유명하듯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쉬운 점을 적은 것이다. 그리고 그 아쉬움이란 0에서 1을 기대한 것이기 때문이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일궈낸 '100'을 폄하하려는 것이 절대 아니다.


어렸을 때 으레 많은 남자애들이 그렇듯 만화책을 좋아했는데, 부질없는 만화책은 절대 사주질 않던 부모님 덕에, 유이하게 닳도록 본 만화가 바로 먼나라이웃나라 이다. 그중 일본 편은 특히 2편으로 나누어져 출판됐는데, 한 편은 일본의 역사, 그리고 다른 한 편은 일본인에 대한 고찰을 담았다. 오래돼서 전부는 기억나지 않지만, 유독 뇌리에 깊게 박힌 일본인들의 특성이 하나 있는데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일본은 4면이 섬으로 구성된 나라라 남에게 해코지를 하고 도망갈 수가 없다. 때문에 자연스럽게 '평화'가 1순위로 중요한 덕목으로 자리잡았다 - 라는 골자이다. 

 

어떻게 보면 자연주의와 평화주의를 표방하는 것 같기도 한 모노노케 히메의 메세지는, 무엇보다 평화를 중요시하는 일본인의 특성 및 성격을 잘 보여주는 예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