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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영화 리뷰

도쿄의 밤하늘은 항상 가장 짙은 블루 - 목적과 믿음이라는 빛 한 줄기 만으로도 삶이라는 꽃을 피우기 충분하다

Ordinary

감독 : 이시이 유야

배우 : 이시바시 시즈카, 이케마츠 소스케 등


영화에 대해 깊게 들어가기 전에 먼저 두 주연배우들을 언급하고자 한다. 언뜻 반사회적 인물처럼 보일 정도로 눈에 보이는 모든 것에 부정적이며 편협한 사고의 소유자를 연기한 이시바시 시즈카는 새로 발견한 원석 같은 존재이며, '종이 달'에서 독특한 마스크로 인상 깊은 열연을 보여준 이케마츠 소스케는 본 작품에서도 종횡무진하며 뛰어난 연기를 선보인다. 이 둘의 앙상블은 우울하고 삭막한 현대사회의 퍼런 응달을 품고 사는 청년들을 솔직하고 처연하게 대변한다.


감독은 목적의식과 그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하루를 충실히 살아가는 자와 그저 흘러가는 데로 사는 자의 차이를 등장하는 인물들을 통해 전한다.

 

두 주인공 미카와 신지라는 인물은 -불우했던 그들의 가정사와 인생 이야기를 차치하고도- 자의반 타의반으로 '흘러가는 대로 사는 삶'을 살던 이들이었다. 그러나 공통분모를 공유하며 서로에 대해 알아가기 시작하면서 삶의 '목적'의 실마리를 찾기 시작한다. 그늘 속에서 꽃을 피우기 위해 사력을 다하는 자그마한 식물처럼 말이다.

 

또 감독은 이와시타와 토시유키를 통해 명료하게 그 차이를 대조하여 풀어낸다.

 

허리가 아파 자크도 못 잠그는 우스꽝스러운 몰골로 다니는 이와시타는 걸즈 바를 가기 위해 사력을 다하고, 분수에 맞지도 않는 편의점 여자에게 홀라당 빠지는 등 밑도끝도 없이 황당하지만서도 뚜렷한 목표의식을 가지고 산다. 목표가 있기에 오늘도 겨드랑이에 땀이 찰 정도로 뛰는 것이다. 그러나 의미 없이, 정처 없이 목적 없이 떠돌며 남들에게는 관심조차 가지지 않고 급류에 몸을 맡긴 채 되는대로 사는 사람. 하루하루를 낭비하듯 살던 토시유키는 한순간에 요절해버린다. 그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비단 그의 육체뿐만 아닌, 마치 무관심했던 그의 '사회적 생명'이 같이 죽은 것 같은 느낌마저 받는다.


미카가 키우는 애완 거북이는 그녀 자신을 투영하는 소재이다. 그녀는 누구보다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싶고, 또 사랑받고 싶어 하는 인물이다. 어린 시절 트라우마와 각박한 사회 속에 치여 자신을 좋아해도, 선물을 해줘도 의심이나 비하부터 걱정하고 보는 등 자존심마저 바닥을 치는 성격으로 변해버렸다. 때문에 자기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성격 자체가 부정적으로 변해버렸고, 그로 인한 인관 관계의 파멸 등 끊임없는 악순환의 고리에서 생존하는 것이 전부인 자신의 삶이 비참하게 느껴졌을 것이다. 그러나 거북이만큼은 최적 온도와 영양 높은 음식, 모래와 습도까지 맞추는 -자신이 살고팠던- 좋은 환경에서 살게 해 주며 자기 위안 삼았던 것이다.


본 영화를 좋은 작품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 미카의 신념에 변화가 생긴 시점과 동기가 불명확하고 미처 해석 및 해결이 되지 않은 채 의문만이 남는 요소들도 몇 남아있으며, 특정 등장인물들의 불필요성 등 전달하고자 한 의미나 색깔에 비해 다듬어지지 않은 부분들이 더러 있다. 그렇다고 단순히 사회 부적응자와 실패자들의 한탄 혹은 푸념만을 담은 영화라고 일축시켜버리기에는 담지 못한 청년들의 짙은 한숨이 무겁게 남아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