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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영화 리뷰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 홍경표에게서 임마누엘 루베즈키가 보인다

Ordinary

감독 : 홍원찬

배우 : 황정민, 이정재, 박정민, 박소이 등


인남, 레이 둘 중 누가 더 악한지 선한지 구분지을 필요도, 
총과 칼에 몇 방씩을 맞아도 죽지 않는 주인공들의 설정도,
하물며 동남아에 아동인권유린 사태가 심각하다는 것도 그리 중요치 않으며, 관객 또한 매몰될 필요가 없다.

영화 전반에 걸쳐 자질구레한 빈 틈이 보여도 속도감과 촬영기술 덕에 가려지는 감이 없잖아 있지만, 어쨌든 거의 모든 것들이 말 그대로 '추격전'하나만 보고 달려간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홍경표 촬영감독이 있다.

 

마치 포스트 엠마누엘 루베즈키를 보는 듯 하다.  영화가 진행됨에 따라 여러 번 로케이션이 바뀌는데 장소가 바뀔 때 잡아주는 시선과 색감만 봐도 어떤 식으로 흘러갈지 단번에 알아볼 수 있게끔 포커스를 잡아주며 '레버넌트'에서 엿볼 수 있었던 자연광을 활용한 촬영, 그리고 '올드보이'에서의 그 유명한 장도리씬, 속도의 완급 조절 등 근래 한국 영화에서는 찾아보기 힘들었던 퍼포먼스를 보여준다. 과장 조금 보태서 본 영화를 빛내주는 진정한 역할은 홍경표 촬영감독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다소 많았던 빈틈들 중에 굳이 한 가지를 짚어보자면, 설정상 최강의 청부살인업자 두 명의 언어선택과 그 톤 자체에 대한 것이다.

 

극 중 인남과 레이의 대사들은 무협지에서나 볼 법한 정형적인 대사들과 글자 하나하나를 뭉개지 않고 또박또박 발음한다. 때문에 얼굴과 몸짓에서 나오는 동적인 연기 외에 독백 및 대사로 감정을 전달하는 정적인 장면들에서는 급격하게 이질감이 느껴지며 루즈해진다. 반면 유이(박정민)의 대사들은 매우 현실적인 실생활 용어들로 구성되어있다. 무거운 분위기속에서 독특한 캐릭터가 친근한 실생활 용어들과 몸짓 등을 사용하며 환기를 해주는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한 것이다. 

 

감정의 표출은 동적인 연기를 통해 소화되고, 감정의 발단은 정적인 연기를 통해 빛을 발한다. 때문에 인남과 레이의 극단적인 감정들은 메세지는 없고 과격하게 구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