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dinary
감독 : 코이즈미 노리히로
배우 : 히로세 스즈, 노무라 슈헤이, 마켄유, 카미시라이시 모네, 야모토 유마, 시미즈 히로야 등
냉정하게 영화 '치하야후루'의 구조적인 면만 살펴보게 된다면 특정 장르의 기본 공식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특색을 찾아보기 힘들다. 그러나 속도와 집중력, 그리고 일정 부분 팀워크를 요한다는 스포츠 특유의 성질을 가지고 있으며, 극적인 드라마를 연출하기에 안성맞춤인 '카루타'를 소재로 삼아 특색을 더하고, 거기에 청춘·성장 요소를 적절히 섞어내었다.
다시 말하자면 치하야후루는 ‘카루타’라는 독특한 소재를 차용, 구조적-서사적으로 판에 박혀 진부하고 뻑뻑한 톱니바퀴를 매끄럽게 이어나가며, 히로세 스즈라는 배우의 소위 ‘멱살 잡고’ 이끌어가는 추진력과 소화력, 그리고 어느 청춘물에 당장 삽입하여도 이상하지 않을 스코어가 만나 ‘밝고 건강한 성장&학원물’을 빚어냈다.
치하야, 시노부 등 주요 인물들의 이름을 ‘백인일수’에서 따온 것부터 알 수 있듯 등장인물들의 성격과 그들 간의 관계를 ‘카루타’에 빗대어 표현하며, 그들을 대표하는 시를 적절히 비유 및 접목하며 그들이 직면한 여러 장애물들과 시련을 헤쳐나가는 것도 흥미롭다.
그러나 치하야후루는, 등장인물들이 전국대회에서 우승한다는 목표 이후로 제공되는 상황들이 획일화를 넘어 자가 복제에 가까울 정도로 플롯이 매우 유사하다. 발단 이후 전개와 걸림돌, 분열 그리고 막판에 뒤집으며 문제를 타파하여 카타르시스를 일으키려는 구조는 모든 작품 모든 에피소드에 적용되어 뒤로 갈수록 그 힘과 영향력은 기하급수적으로 추락한다. 거기에 기존 주요 멤버 6명(미즈사와 5명+아라타)을 제외한 나머지 조연들은 후반부에 아예 역할이 증발해버려 떡밥과 마무리를 짓지 않은 찝찝한 느낌마저 남는다.
정리하자면, '치하야후루'는 '카루타'라는 독특하고 이색적인 소재를 활용하여 다소 뻔한 서사를 참신하게 이끌며, '청춘물'의 매력을 한 뼘 더 발산해주는 빼어난 스코어, 그리고 '히로세 스즈'라는 배우의 역동적인 힘으로 빚어낸 ‘밝고 건강한 성장·학원물’ 임에는 틀림없지만, 한 가지 플롯으로만 반복되는 탓에 뒷 작품으로 갈수록 아쉬움이 남는 3부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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