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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영화 리뷰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 - 아이들에게서 내 모습이 보이는 순간 찾아오는 깊고 진한 노스탤지어

Essential

감독 : 고레에다 히로카즈

배우 : 마에다 코기, 마에다 오시로, 오다기리 조, 오츠카 네네, 키키 키린, 아베 히로시 등


각자 삶에 치여 조금 움직이는 것도 고된 어른들과는 달리, 아이들은 언제 어디서든 지치는 줄도 모르고 뛰어다닌다. 그렇게 아이들이 마냥 밝고 활기차게 뛰어다니는 그 장면 하나하나에서 느껴지는 활력과 생동감은 우리들로 하여금 각자만의 동심과 어릴 적 시절을 떠올리게 해 주며 심장 한편이 아려오는 노스탤지어를 느끼게 한다. 거기다 시종일관 밝고 경쾌한 배경음악이 실과 바늘처럼 따라다니며 그 효과를 증폭시키는데, 어른들이 등장하는 장면에서는 단조롭고 축축 처지는 배경음악 내지는 아예 등장하지 않는 것과 극히 대조되는 부분.

 

말 그대로 '아이' 같은 소원과 속사정, 계획 수립과 이행, 돌발 상황에 대처하는 모습과 결말까지 어느하나 아이 같지 않은 구석이 없다. 7명으로 구성된 꼬마 원정대의 여정 중에서 유일하게 어른스러운 면모를 보였던 것은, 바로 코이치의 '변심' 뿐이다. 결정적인 순간에서 떠올린 일상. 자신의 일상이 소중한 만큼 '세계'도 중요함을 느껴버린 코이치는 마음이 변해 그 고생을 했음에도 소원을 빌지 않는다. 바로 그 순간, 그는 어른으로 가는 계단에 한 발짝 다가올라 선 것이다.

 

분명 우리들도 어렸을 땐 저렇게 때묻지 않은 순수한 어린 시절이 있었을 것이다. 정확하게 기억은 나지 않아도 어느 사건을 계기로 한 발짝씩 성장하여 어른이 되어갔을 것이고, 그 순간들이 쌓여 지금의 우리가 있는 것이다. 때문에 영화 속 아이들을 보며 사랑스러움과 감동을 느낀 다음엔 필시 자신만의 어릴 적을 떠올리며 깊고 진한 노스탤지어를 느낄 것이다. 그리고 그 힘은 실로 상당하다.

 

지금은 조금만 움직여도 땀나기 때문에 요령피우기 바쁜데, 그런 나도 예전엔 하루 반나절을 뛰어놀곤 했지. 어떨 때는 친구들과 이유 없이 동네 한 바퀴를 뛴 적도 있었다. 그렇게 땀을 흥건하게 흘리고 집에 오면 신나게 샤워를 하고 어머니가 깎아주신 과일을 먹고 소파에 기대 누워있으면 잠이 솔솔 오던, 어린 시절의 나, 너 그리고 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