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wful
감독 : 연상호
배우 : 강동원, 이정현, 권해효, 김민재, 구교환 등
한국식 좀비 영화.
영화의 뼈대부터가 이미 한 '장르'로 구분되어질 만큼 큰 인기와 수요가 있는 좀비-아포칼립틱 배경을 차용한 것부터 특색을 노리기에는 역부족임은 제작진들도 필시 알고 있었을 것이다. 당장 전작부터 좀비 영화의 클리셰를 충실하게 답습하였던 전적이 있고, 동일한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는 사실과 출연진들을 제대로 살펴보았다면 미안한 말이지만 관객들도 사실 그리 큰 기대는 하지 않았을 것이다.
거두절미하고, 영화 반도는 전작과 마찬가지로 '한국'을 무대로 한 '좀비'영화임에도 전혀 색다르지 않다. 아니, 오히려 '너무나도 익숙하다'라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하나부터 열까지 우리가 흔히 접해왔던 영화, 드라마 등 여러 미디어에서 찾아볼 수 있는 소재와 연출로만 가득 차 있다. 그 중에서도 영화 '반도'가 차용한 가장 큰 뼈대들을 꼽아보자면, 게임 '더 라스트 오브 어스', 영화 '매드 맥스'와 '월드워 z' 그리고 한국 영화 '신파'들이다.
영화 초반부와 전반적인 배경은 사실상 게임 '더 라스트 오브 어스'를 빼다 박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뉘앙스가 비슷하다. 혼란의 상황속에서 가족들을 데리고 대피하던 와중에 만나는 이방인을 배척하는 극도로 개인주의적인 남성과, 그 남성이 가족을 잃는 것, 그로부터 몇 년 뒤 본격적인 본 이벤트가 발생하는 것 까지 전반적인 흐름과 초기 컨셉이 거의 똑같고, 결정적으로 클래식 기타로 연주한 아련하고 쓸쓸한 스코어는 일말의 변명마저 꺼낼 수 없을 정도이다.
그리고 영화를 본 대다수의 관객들이 쉽게 느낄 수 있듯이 중후반부 카레이싱 장면은 매드 맥스를, 물량전으로 승부 보는 좀비 떼 들은 두말 할 것도 없이 월드워 z와 닮아있고 후반부를 대미를 장식한 한국형 신파는 진부함의 극을 달리게 만들어주는 화룡점정이다.
물론 성공한 장르를 차용하는 것이 문제라는 것이 아니다. 적어도 타 영화들과는 다른 자신만의 아이덴티티가 있어야 한다. 그냥 머리부터 발 끝까지 토씨 하나 틀리지 않은 채로 그대로 갖다 박아 놓은 영화가 국내 배급사의 '텐트폴'영화라는 안타까운 사실이 매우 절망적이다.
도대체 언제까지 국내 관객들이 이러한 신파를 비롯한 겉껍데기 영화들을 두고 봐줄 것 같은가. 감독의 안일하고 기만적인 태도 또한 비판받아 마땅하나, 그의 작품이 연달아 나오면서도 조금도 바뀌지 않는 그 스탠스를 보고 있자면 관객 쪽에서 먼저 거르는 편이 더 빨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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