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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영화 리뷰

분노 - 범죄 추리극의 탈을 쓰고 격정적 감정 곡선을 그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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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이상일

배우 : 와타나베 켄, 모리야마 미라이, 마츠야마 켄이치, 아야노 고, 히로세 스즈, 미야자키 아오이, 츠마부키 사토시 등


목표 대상이 정해진 분노는 매우 편하다. 표출하기도 쉽고, 표현해내기도 쉽다. 믿었던 이에게 배신감을 느끼고 그 감정이 곧 분노로 발전되어 표출되는 극 중 등장인물들의 감정처럼 말이다. 그러나 그들의 의심의 화살이 빗나갔을 때, 분노의 열기는 갈피를 잃고 방황한다. 어떻게든 대상을 찾아야만 하는 그 분노는 이윽고 자기 자신을 겨눠 분노의 불씨를 다시금 살려낸다.

감히 내가 믿었던, 사랑했던 이를 너무나도 쉽게 의심했던 나를 자책하는 것일지, 혹은 어떻게 해서든 멈출 수 없는 이 분노를 표출할 대상을 찾아야만 했던 것일지는 몰라도 확실한 것은 ‘분노’라는 감정은 사그라들지 않고 여전히 거세게 타오른다.

결국 영화 ‘분노’는 연민, 믿음, 사랑, 배신, 분노, 회의 등 복합적이고 격한 감정의 롤러코스터와 같다. 때문에 보는 내내 범인의 진위여부를 밝히는 것과 상관없이 감정적으로 매우 진이 빠지기 쉽다. 참혹한 범죄의 범인을 찾는 후더닛(whodunnit) 무비를 표방하며 시작해서 가슴 아픈 멜로드라마를 거쳐 감정적 드라마로 끝나는, 영화 ‘분노’는 여러 장르가 혼재해있어 어떤 한 장르로 규정짓기가 매우 어렵다. 다시 말하면 범죄 추리극의 탈을 쓴 격정적 감정 곡선을 그린 드라마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감정의 곡선들을 유려하게 그려낸 주, 조연 배우들의 뛰어난 호연 또한 주목해야 할 부분.


 

한 여름 공사판을 헤맬 때 물을 건네준 여인의 연민을 살인으로,

자신에게 동경심과 관심을 표시한 이즈미의 호감을 방관으로,
연민과 동질감을 느끼는 타츠야를 배신으로 되갚아준 모습을 보면 -

 

타나카는 아마 동정,연민에 거부반응 내지는 혐오감을 느끼는 자존감이 매우 낮은 인물일 확률이 높다고 생각된다. 정상인의 사고에서 바라보면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인물이지만, 역설적으로 그렇기 때문에 종 잡을 수 없는 ‘살인마’이지 않을까 싶다.



가깝게 지내던 낯선 이에 대한 믿음이 불신으로 변하며 그에 대한 분노 등 복합적이며 모호한 감정들이 쌓여나가며 결국 폭발한다는 점에서 이창동 감독의 ‘버닝’이 떠오르나, 알쏭달쏭한 감정의 연계와 폭발력 면에서 버닝이 몇 수 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