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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영화 리뷰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 - 제대로 파악한 엑스맨의 아이덴디티와 무기력하게 놓친 재미

Ordinary

감독 : 매튜 본

배우 : 마이클 패스벤더, 제임스 맥어보이, 제니퍼 로렌스 등

 


사회적 약자 및 소수자들을 쉽게 대입해 볼 수 있는 '엑스맨'은 말콤 X를 모티브로 한 매그니토와 마틴 루터 킹을 모티브로 한 프로페서 X 간의 사상 및 이념의 대립을 철학적으로 다루며 지금까지도 두꺼운 마니아층을 보유하고 있는 프랜차이즈다.

 

그들의 대립과 사상의 충돌은 주로 주요 인물들 간의 대화를 통해 묘사되곤 하는데, 엑스맨의 중심추 역할을 하는 에릭과 찰스의 대화를 통해 소수자의 입장에서 강경/온건파의 사상적 대립을, 미스틱과 비스트의 대화를 통해 성인임에도 자아를 확립하지 못해 정체성이 흔들리는 모습 등을 엿볼 수 있다. 이는 실사영화로 먼저 제작된 오리지널 엑스맨 트릴로지 중 엑스맨 1편과 X2에서 탁월하게 녹여내어 큰 호평을 받았던 부분이다. '퍼스트 클래스'에서도 이를 적극 활용, 전작에서의 강점을 그대로 되살렸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아무리 10년 전에 제작된 영화라고 해도 연출과 CG, 개연성의 미흡함과 다소 소모적으로 쓰인 몇몇 돌연변이들과 빌런의 허무한 마무리 등은 ‘사상과 이념의 대립’이라는 타이틀로 가리기에는 역부족이다. 당장 이 영화가 개봉하기 무려 3년 전인 아이언맨과 비교해보아도 CG 부분에서는 아이언맨의 압승.

 

철학적 요소와 오락적 재미가 적절히 아우러져야 비로소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 것인데, 어느 한쪽이 무너지게 되면 다른 영화들보다 내세울 게 없어져 애매모호한 영화가 되기 십상이다. 퍼스트 클래스는, '엑스맨'의 아이덴디티를 제대로 파악하여 탁월하게 녹여냈지만, 무기력하게 놓쳐버린 재미 때문에 '오락 요소가 없는 철학 블록버스터 영화'가 되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