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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영화 리뷰

언컷 젬스 - 불안하고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날카롭고 빠른 잽으로 넉다운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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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베니 사프디, 조슈아 사프디

배우 : 아담 샌들러, 케빈 가넷, 이디나 멘젤, 줄리아 폭스, 에렉 보고시안 등


갈수록 산으로 가는 주인공과 그의 상황, 그리고 시종일관 그를 감싸는 어수선하고 불안한 분위기.

이들은 모두 감독이 의도적으로 연출한 것이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불안하고 정신없는 무대를 제작한 것일까.

관객들은 영화를 관람할 때 수동적인 역할이다. OST, 상황, 연기 등으로 복합적인 감정들을 '전달'받는 피행위자이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관객의 감정은 주인공의 상태와 분위기에 직접적으로 연결되어있기 때문에, 배경음악과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은 곧 관객들의 상태와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과 같다.

 

사프디 형제는 관객들이 마냥 편안하게 영화를 관람하기를 바라지 않는다. 계속해서 재생되는 이질적인 배경음악과 오고 가는 수많은 욕설과 대사 사이에서 관객은 예측 불가능한 하워드를 누구보다 가까이서 지켜보게 되며, 관객의 분위기와 상태를 하워드 주변 인물들과 동일시하게 만든다. 이는 불안하고 어수선한 분위기를 계속해서 유도함으로써 관객들을 영화 속으로 끌어들이는 셈이다.

 

이러한 연출 방식은 나에게 'XXX'라는 한 힙합 그룹을 떠올리게 한다.


(좌) Kim Ximya (우) FRNK

XXX는 비트를 제작하는 프로듀서 FRNK와 래퍼 Kim Ximya로 구성되어있는 2인조 힙합 그룹으로, FRNK는 도발적인 샘플링으로 비트를 의도적으로 파괴적이고 이질적인 모습으로 제작하고 그 위에 Kim Ximya의 타이트하고 날카로운 목소리로 직설적인 가사들을 뱉는 것으로 유명하다. 

 

결은 약간 다르지만, 영화 시작부터 소위 '요란한' 배경음악들을 삽입하여 이질적인 분위기를 조성한다는 점에서 FRNK의 비트메이킹을, 그 배경음악 위에서 오고 가는 수많은 욕설과 대사들이 사용된다는 점에서 Kim Ximya의 '랩' 역할과 대조해볼 수 있다. 

 

이들의 음악은 '이질감'속에서 오는 날카로운 '촌철살인'이 주요 포인트인데, 본 영화도 마찬가지로 이질적이고 불안한 바이브 속에서 급박하게 진행되는 인물들 간의 충돌을 마치 날카롭고 빠른 잽처럼 휘둘러 관객들을 넉다운시키는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