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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영화 리뷰

택시 드라이버 - 정의로운 영웅심리 혹은 그를 가장한 개인적인 욕망의 분출

Ordinary

감독 : 마틴 스콜세시

배우 : 로버트 드 니로, 하비 케이틀, 조디 포스터, 시빌 셰퍼드 등


영화의 6~70% 지점대까지는 평범한 그러나 외롭고 고독한 소시민의 삶을 그려내는데, 마틴 스콜세시 감독의 작품들 특징이 그러하듯 과하다 싶을 정도로 세밀한 디테일까지 그려내며 작품과 등장인물에게 깊숙하게 침투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렇게 때문에 마틴 스콜세시 감독의 작품들을 온전하게 감상하기 위해서는 그 당시 시대/사회상과 관념을 숙지해야 할 필요가 있다.

 

미국은 베트남과의 전쟁 이후 사회로 돌아온 군인들이 적응하지 못하고 범죄자와 같은 낙인이 찍혀 비참한 삶을 살았다는 것은 유명하다. 대표적으로 전설적인 락스타 브루스 스프링스턴의 'Born is the U.S.A'와 같은 곡이 주인공인 트래비스와 같은 인물들을 대변하는 노래이기도 하다. 전쟁 후유증과 각박한 현실 등에서 오는 스트레스와 회의감, 그리고 트라우마들 때문에 고통받던 이가 모종의 계기로 내면의 폭력성을 분출하게 되는 플롯은 현재에는 자주 쓰이지만, 40년도 더 된 그 당시에는 파격적인 소재였을 수도 있다. 택시 드라이버 이후 영향을 받은 수많은 작품들이 이를 증명한다. 요 근래에만 하더라도 본 영화의 내용과 비슷한 모방범죄 등으로 논란이 많았던 영화 '조커'만 봐도 알 수 있듯이 말이다.

 

본 영화의 결말에 대해서는 다양한 해석이 나올 여지가 있다. 대표적으로는 영화 자체가 트래비스의 망상이었다는 것과 결국은 평범한 소시민으로 돌아와 똑같은 삶을 살게 되는 것에서 오는 회의감과 무기력함이 있다. 특히 전자와 같은 해석 같은 경우 상기했듯 영화 '조커'에서도 동일하게 해석의 여지가 있었던 대목이다. 

 

시궁창과 같은 현실에서 살아가던 시민이 내면의 폭력성을 표출하는 영화로는 일종의 기념비적인 영화이다. 사회에 대한 불만, 불면증, 실연 등 그가 일으킨 사건에 비하면 명분이 꽤나 가볍게 느껴지긴 하지만.


역사에 길이 남을 명작이라고 많이들 칭송하는데, 개인적으로는 큰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본 영화에서 영향을 받은 작품들을 많이 봐서 그런가 확실히 오리지날리티는 힘이 떨어진다는 느낌을 받았다. 때문에 현대의 영화들을 본 눈으로서는 수작 혹은 명작보단 그저 평범하다는 생각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역으로 '택시 드라이버'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드는데, 2020년도에 다른 영화들을 봐도 거의 50년 전 작품의 향기와 모습이 베어있기 때문이다. 

 

그 어려운 적분/미적분을 풀 줄 안다고 그 근간이 되는 함수를 무시 못하듯 한 장르 내지는 플롯의 상징적인 작품을 논하기에는 '현대의 눈'으로 판단하기에는 모순이 있긴 하다만, 적어도 나의 솔직한 평을 이렇다. 의미와 상징적인 면에서의 취급은 다를지 몰라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