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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영화 리뷰

문신을 한 신부님 - 단단한 것을 휘었다 폈을 때의 반동

Essential

감독 : 얀 코마사

배우 : 바르토시 비엘레니아, 엘리자 리쳄벨, 토마시 지엥텍, 알렉산드라, 코니에츠나 등


'문신을 한 신부님'은 줄곧 자기 자신 위주로 살아오던 인물이 타인을 통해 자신을 들여다보고 변화하며 마을 주민들에게 영향을 끼치는 그 과정과 결국 원점으로 회귀한 후 열린 결말로 끝맺음하는 폭넓은 감정 곡선을 그린 드라마이다.

 

교통사고와 주민들의 모순 그리고 이를 판가름하는 종교는 결국 극을 진행하는데에 보조적인 역할을 수행할 뿐, 영화의 본질은 다니엘이라는 인물의 감정과 신념 변화에 주요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는 다니엘이 일련의 사건들을 겪고 다시 원점으로 회귀하게 되면서 감정이 극에 달하게 되는데, 이 감정을 끝까지 끌고가며 롱테이크와 절묘한 엔딩 컷 등 기술적인 위력과 함께 등장인물들의 차후 행보에 대한 의문점에 마침표라는 대답을 찍으며 관객들에게 얼얼한 여운을 선사한다.

 

몰입감과 결말까지의 감정곡선을 매끄럽게 만드는 데에는 차가운 톤의 조명과 배우들의 호연이 윤활유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특히 다니엘 역의 바르토시 비엘레니아는 차가운 배경속에서 복합적인 감정을 놀랍도록 차분하게 표현해낸다. 비유하자면 킬리언 머피 느낌의 마스크 소유자가 '다빈치 코드'에서의 폴 베타니의 차가움과 '맨체스터 바이 더 씨'에서의 케이시 에플랙의 감정적으로 메마른 모습들을 한데 모았다고 하면 이해가 될까. 과장을 조금도 보태지 않고 아카데미를 비롯한 영화제와 시상식에 남우주연상 후보에 마땅히 올라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바다.

 

광고 영상과 전단지에는 항상 수많은 카피들이 쓰이는데, 영화를 보고 나서 카피들이 과하지 않다는 생각이 든 작품이 오랜만이다. 최근 본 작품 중 결말에서 적잖은 충격을 준 '조커'와 '남산의 부장들'과는 한 단계 다른 수준이다. 가히 위력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