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영화 리뷰

작은 아씨들 - 흐름은 건들지 않되 짧은 손길 하나로 방향을 튼다

Ordinary

감독 : 그레타 거윅

배우 : 시얼샤 로넌, 엠마 왓슨, 플로렌스 퓨, 로라 던, 티모시 샬라메, 메릴 스트립 등


작은 아씨들은 워낙 유명한 작품이고 연극, 영화, 드라마, 만화 등 수많은 매체에서 많이 제작 혹은 리메이크되었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그만큼 작은 아씨들을 제작하게 된 데에는 확실하고 타당한 이유가 존재해야만 했는데, 그레타 거윅 감독은 그 이유를 결말부에서 보여준다.

 

원작자인 루이자 메이 올컷은 조가 결혼하는 결말로 만들고 싶지 않았다고 한다. 영화의 끝맺음에서 보여주듯 협상을 통해 편집장의 뜻대로 결말을 내지만, 관객들에게 ‘선심 쓰듯’ 조를 결혼시킨 것이다. 이는 일반적으로 결말을 맺는 것과는 전혀 다른 식으로 해석할 수 있다. 주도권을 누가 가지고 있느냐의 차이인데, 편집장의 요구대로 다 받아주던 초반부의 조와는 달리 결말부 조는 주도권을 꽉 쥐고 있다. 원작 소설이 출판되었을 때의 시대상에서 비춰지는 여성상을 현대로 끌고 와 주도권을 쥐고 보여주는 것처럼, 그레타 거윅 감독은 루이자 메이 올컷에 대한 존경과 원작자보다 더 원작자 같은 결말을 낸 것이다.

 

뭐 그렇다.

 

결말에 대한 감독의 새로운 해석/각색은 충분히 새롭고 인상깊다. 그러나 그 이외에 원작과는 다른/차별화되는 부분이 딱히 없다. 상기했던 감독의 해석과, 혼자 있을 때 보다 함께일 때 합이 더 좋은 앙상블. 그리고 그 중심에는 아무래도 주인공들 중 지분이 가장 많은 시얼샤 로넌과 플로렌스 퓨의 인상적인 캐릭터성 정도를 제외하면 평범하다는 생각이다. 모난 부분은 없지만 그렇다고 특출 난 것도 없는 평작이라는 생각.

 

거슬리는 부분을 꼽자면 가난한 것 치고는 밥상과 집이 너무 좋아 그들의 가난함과 메그의 한이 표면적으로는 공감이 되지 않았던 것. 또 아무래도 남자이기 때문에 시스터후드에 깊게 개입하지 못하는 것도 한몫하는 듯하다. 아니면 그녀들의 삶이 크게 특별하게 느껴지지 않았을 것인지도.


본 영화는 이동진의 시네마톡으로 개봉일 보다 먼저 관람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었는데, 이동진 평론가의 해설 중에 인상깊었던 것들을 적어보자면 다음과 같다:

 

1.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는 샤론 테이트라는 당대 최고의 슈퍼스타 이야기를 곁들인 이야기이다. 누구나 알듯 그녀는 맨슨 패밀리에게 참혹하게 살해당했는데, 영화가 개봉하기 전에는 도대체 왜 그 사건을 영화에 녹여내려는지 아무도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나, 영화 내에서 샤론 테이트는 누구보다도 행복하고 아름다우며, 극장에서 자신의 영화를 보며 사람들의 반응을 살피는 인간적인 면모도 보여주는 등 쿠엔틴 타란티노가 생각하는 샤론 테이트가 '진정으로 즐기고 '살아야만 했던' 모습을 보여주며 그녀에 대한 추도와 존경을 표한 것.

 

마찬가지로, 그레타 거윅 감독이 결말부를 그렇게 각색한 이유는, 루이자 메이 올컷은 조가 결혼하지 않는 방향으로 결말을 지었어야 했고, 그녀의 못다한 설움과 결말부를 지어줌으로서 원작자에 대한 존경을 표한 것.

 

 

2.

 

본 영화는 과거와 현재를 계속해서 번갈아가면서 극을 진행한다.

 

과거를 바탕으로 현재를 그려내는 것을 '플래시 백'이라고 하는데, 이는 과거와 연결고리가 있는 소재나 사건등을 현재 상태에 녹아내서 연결구조를 갖는 형식이다. 때문에 과거는 현재를 '진단'하고 '진찰'하는 역할에 그친다. 그러나 본 영화는 과거는 과거대로, 현재는 현재대로 식의 별개의 형태로 구분이 된다. 이런 형태의 구조는 과거는 과거 본연의 가치를 가지게 된다. 단점이라면 서로간의 유기성이 없어 관객이 햇갈릴 수 있고 스토리가 끊기는 느낌이 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