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영화 리뷰

82년생 김지영 - 공감만으론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 할 수 없다

Ordinary

감독 : 김도영

배우 : 정유미 공유 등

 


익히 들어온 그 이름, 김지영

 

4년 전부터인가, 페미니즘이라는 단어와 함께 그들의 교과서라고 불리는 책 '82년생 김지영'이 큰 인기를 끌었다는 것은 페미니즘을 몰라도 쉽게 알 수 있다. 책은 읽어보지 않았지만, 영화의 내용이 책에서 가져왔다는 점을 미루어보아 책과 영화 사이의 큰 차이는 없어 보인다.

 

영화의 내용인즉슨, 기성세대가 받아왔고 현 30~40대 세대 여성들이 받고 있는 여성차별에 대한 내용이다. 내용 하나하나 각자의 어머니, 누나, 아내로 치환해서 생각해보면 충분히 주변에서 있었을 법한 일이고, 있었던 일일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잘 알려져 있는 남자들의 고충과 사회적 문제에 비해, (남자의 입장에서) 여성들이 받고 있던 차별과 고민 등 차마 몰랐던 부분들을 상기시켜 준 부분에서는 오히려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그러나 그 고민들이 편협된 시각으로 이루어져, 어찌 보면 아직 어린것만 같다는 생각이 드는 건 나만의 문제일까.

 

서울에서 부산까지 왕복 귀성길을 운전만 해도 여간 힘든일이 아니라는 것은 운전대를 잡아본 사람들은 다 알 것이다.

명절날 고민. 명절 때가 다가오면 가짜 깁스가 인터넷에서 불티나게 팔리는 것만 봐도 어머니 혹은 그 이상의 여성들에게 큰 고충임을 알 수 있다. 하지만 항상 대중매체나 드라마, 영화 같은 데서 아버지 뻘들을 비출 때는 게으르고 누워서 자는 모습만 보여주는 것 또한 누군가에겐 다른 오해를 일으키는 오판이라고 예전부터 생각해왔던 바.

 

개인적인 가치관과 신념의 대전제는 - '사람은 모두 다르다'이다. 서로 비슷한 사람은 있어도 100% 똑같은 사람은 없다고 믿으며, 서로 다르기에 너와 내가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요점은, 사람들이 살면서 겪는 일은 좋은 쪽이든 안 좋은 쪽이든 매우 폭이 넓고, 모든 경험이 모든 사람에게 다 다르게 적용되고 느끼는 바가 다를 것이라는 점. 

 

영화 내에서 나온 여러 문제점. 사내 몰카 설치, 맘충 논란, 육아 생활에서의 고충 등. 안타깝게도 누군가는 정말 김지영처럼 저 문제점들을 다 겪었을 수도 있다. 문제는 여기서 대다수의 제 3자들이 '김지영'에게 공감은 할 수 있어도, 자기화(化)하게 되면 얘기가 달라진다는 점이다. 공감이 아닌 자기화로 넘어가게 되면 빈번하지 않은 일도 '일반화'를 할 수 가 있다는 점, 그렇게 되면 더욱 편협된 시각을 가지게 될 가능성이 매우 커진다.

 

그러한 점에서 82년생 김지영과 같은 책 혹은 영화는 사장되어야 할 창작물이라고 본다. 단순 고발형태가 아닌 일반화를 유도, 지향하는 순간부터 이미 의도는 변질되었고, 편협된 시각을 받은 제 3자들이 또 다른 차별과 편견을 만들기가 너무나도 쉬운 구조이기 때문이다.


본 영화가 고발 형태의 모습을 띄다가 성별/나이/신념 등 차별과 편견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협력하는 모습을 보이는 스탠스로 흘러갔으면 어땠을까. 처음부터 끝까지 고민들을 늘어놓고 공감과 측은지심을 유도하는 모습이 나에겐 어린 여자아이가 떼쓰는 꼴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문제를 해결하려면 그 문제를 나열하고 도움을 기다리는 수동적인 모습이 아닌, 서로 머리를 맞대고 주도적으로 이끌어나가는 능동적인 태세를 취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방법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