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오랜만에 구토를 했다.
딱히 상한 음식을 먹거나 전날 과음을 한 것도, 감기에 갈린 것도 아니었다. 쳇바퀴 굴러가듯한 하루를 마무리하고 조금의 여유가 남아 영화를 보던 여느 때와 다를 것 없었다. 머릿속으로는 '평범하다' 혹은, '그리 대단치 않다'라는 단조로운 감상평을 되내이며 잠을 청한 지 1시간도 채 되지 않은 그리 깊지 않은 새벽, 나는 그날 먹은 모든 것을 게워내야만 했다.
왜 일까, 영화를 다 본지 몇일이 지났는데도 이 질문은 가끔씩 불쑥 튀어나와 내 머릿속을 헤집고 도망가기 일쑤였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이미 답은 정해져 있고 나 스스로 인정하기 싫어서 질질 끄는 것이 맞다고 해야겠다.
맞다.
릴리슈슈의 모든 것은, 탁월한 걸작이다.
그 앞과 중간에 어떤 설명이나 수식어가 들어가도 말이다.
누군가에게는 미흡하거나 다소 과도하다는 부분이 있을 수 있다.
그러면 어떠하리. 이미 나에겐 감정과 감상을 넘어 몸과 의식의 영역까지 다분한 영향력을 발산하는 영화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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