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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책 리뷰

'분노' 영화와 소설 둘 다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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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 - 범죄 추리극의 탈을 쓰고 격정적 감정 곡선을 그리다

Recommend 감독 : 이상일 배우 : 와타나베 켄, 모리야마 미라이, 마츠야마 켄이치, 아야노 고, 히로세 스즈, 미야자키 아오이, 츠마부키 사토시 등 목표 대상이 정해진 분노는 매우 편하다. 표출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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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후기는 위의 링크로 대체

 

이상일 감독이 제작한 영화 '분노'를 보고 원작인 요시다 슈이치의 소설판 까지 찾아보았다. 생각보다 소설판과 영화판의 차이점이 꽤 있다.

 

아무래도 소설판이 영화보다 더욱 세세하고 얕은 것 까지 다룬다는 공통된 특징을 제외하고도, 큰 차이점을 짚어보자면 등장인물들의 비중 차이, 그리고 하루마 섬 이야기의 클라이맥스 얘기일 것이다.

 

등장인물들부터 찾아보자면, 요헤이의 조카인 아스카와 유마의 형수이자 절친인 도모카, 그리고 이즈미의 친구이자 다쓰야의 동네 친구인 와카나가 있다. 먼저 말하자면 영화 버전에서의 아스카의 비중은 매우 줄어들었고, 도모카와 와카나는 분량이 통편집되어 등장조차 하지 않는다.

 

피는 못 속이듯, 아스카는 아이코 이전에 이미 학창 시절에 가출 경력이 있다. 이 남자 저 남자 집을 전전하다 한 남자를 만나고 떠돌이 생활을 청산하기에 이르는데, 그 남자가 바로 아스카의 전남편이자 아들 다이고의 아버지이다. 행복한 나날을 보내는 와중 남편이 사고로 세상을 떠나고, 다시금 방황하던 아스카를 치바로 거둬준 인물이 바로 요헤이. 때문에 아스카의 과거와 아이코의 현재는 매우 닮아있다. 그렇기 때문에 아스카는 아이코를 진심으로 짜증 나고 또 걱정하면서도, 자신의 과거와 같은 길을 밟지 않길 바라는 애증의 관계일 것이다. 영화에서는 아스카의 이런 과거를 다루지 않기에, 그저 아이코를 걱정하는 주변 인물로 등장한다.

 

도모카는 유마의 친한 여사친으로써 유마가 먼저 형을 소개해줬을 정도로 막역한 사이. 실제로 유마의 형과 결혼에 성공하고 난 이후에도 친하게 지내고, 유마와 형이 바쁠 때에 어머니의 병문안을 대신 가주기도 하는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모양. 형수-도련님의 다소 불편할 수 도 있는 관계임에도 불구하고 속마음까지 터놓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친구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모습으로 등장하며, 나오토에게 의심을 품고 난 이후부터 유마의 고민 상담소 역으로 몇 챕터 나오지만, 후반부에는 존재감이 사라진다. 영화 버전에서 분량이 삭제된 것이 이해가 된다.

 

와카나는 사실 이즈미-다쓰야의 감정선에서 중간중간 등장하는 말 그대로 조연의 조연.

 

다이고 또한 마찬가지이나 어머니인 아스카와 외 외종 할아버지인 요헤이 사이에서 다리 역할을 해준다. 영화에서는 다시로가 다이고의 축구를 가르쳐준다는 극 초반부 대사 한 마디를 제외하고는 분량삭제.

 

이즈미의 어머니는 나고야-하카타-오키나와로 이어질 만큼 수많은 불륜을 저지른 전과가 있는 여성. 영화에서는 이즈미가 엄마를 간략하게 축약한 '헤픈 여성' 한마디로 끝나지만 소설 버전에서는 이즈미가 자신의 엄마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과거에 어떤 일이 있었고 앞으로도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예상하고 있는, 고등학생 답지 않은 이즈미의 모습이 그려진다. 이런말 하기 정말 미안하지만 헤프다고 한 어머니와의 유기성 때문일까, 안타까운 사고를 당하고 이즈미는 나락으로 떨어지게 된다.

 

중심 스토리 부분에서 영화와 소설의 가장 큰 차이점을 짚어보면 이즈미와 다쓰야를 다룬 하루마 섬의 이야기일 것이다. 영화는 후반부에 다나카가 막 부수고 대놓고 설명충 악역으로 나오지만 소설에서의 다나카는 다쓰야한테 찔려 죽기 전까지 평범하게 살다가 훅 간다. 다시 말하면 소설에서는 이즈미와 다쓰야 둘 다 다나카에 대한 의심과 다쓰야의 분노, 범행 이후에도 이즈미를 지키려는 다쓰야와 다쓰야를 구하려는 이즈미의 모습이 세세하게 그려지면서 그 둘 사이의 복합적인 감정을 모두 잡았다면 영화에서는 다쓰야랑 이즈미를 기만한 다나카에 대한 다쓰야의 믿음->분노로 변질되며 폭발하는 감정을 극대화하는데 포인트를 맞췄다고 볼 수 있다. 어찌 됐건 영화가 재밌는 만큼 소설도 괜찮게 봤다. 영화를 먼저 봐서 그런가 소설 내용마다 영화가 떠올라서 생생하기도 했고 마찬가지로 이즈미=스즈가 너무 떠올라서 이즈미가 몹쓸 짓 당하는 부분과 그 상처에 대해 다룰 때는 아무리 책이라도 읽기 힘들어지긴 함.

 

한 감독에게 빠져서 그의 필모를 훑다 한 배우가 눈에 들어오고, 그 배우가 출연한 필모를 훑다가 영화가 눈에 들어오고, 결국 원작 소설까지 찾아보게 되는 영화의 힘이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