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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책 리뷰

용의자 X의 헌신 - 천재들의 치열한 추리게임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관계에 대한 서정적 멜로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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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히가시노 게이고

옮긴이: 양억관

출판사: 재인


한 여자를 지키고픈 남자의 치밀한 알리바이, 그리고 그 남자를 지키고픈 남자의 추리.

 

전체 줄거리를 가볍게 줄여보자면 이렇다. 사실 이 책에서 추리는 거들뿐, 메인 요리는 관계에 대한 멜로드라마이다. 이시가미와 유가와의 티키타카의 기저에는 상대를 구해주고픈 헌신적인 애정과 연민이라는 공통분모가 존재한다. 그 감정들이 바로 두 남자를 움직이게 한 메인 엔진이었던 것이다. 비단 그 두 남자뿐만 아니라, 등장하는 모든 조연들도 사랑, 애정 ,연민, 우정, 존경, 분노 등 각자 저마다의 감정들이 그들을 움직이게 한다. 시작은 타의적이었어도 말이다. 

참 재밌지 않은가, 작 중 이시가미의 알리바이를 관통하는 메시지인 “기하학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함수 문제”처럼, 천재들의 치열한 추리게임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관계에 대한 서정적 멜로드라마라는 것을. 이는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가 독자들에게 숨겨놓은 알리바이이며, 우리는 극 중 유가와처럼 그 맹점을 파악해서 본질을 꿰뚫어 보는 또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조금 다른 얘기를 해보자면, 사실 이 책에 쓰인 소재들과 기법들은 아마 독자들이 처음 접해보는 것은 아닐 것이다. 천재들의 두뇌싸움, 한 여성을 너무나 흠모한 나머지 뒤틀려버리는 남성의 이야기, 긴장감과 반전을 적절히 섞은 추리극, 주변인물들의 감정적인 변화 등 우리가 아는 재료들이지만 이를 맛있게 만들어내는 것도 능력임은 분명하다. 맛집이 왜 맛집인가, 우리가 아는 그 맛을 '맛있게' 내기 때문에 맛집이지, 새로운 메뉴를 개발해서 맛집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