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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만화 리뷰

하나조노 회전목마 - 현대적 가치관에서 바라본 구식 본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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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 카시와기 하루코

 

리뷰에 들어가기 앞서 - 절대 케비사가와 마을 주민들, 요바이, 강간 및 난교 문화를 옹호하는 것이 아니다. 이러한 문화도 있구나, 정도로 봐주면 좋을 것 같다.



본 작품은 요바이(夜這い), 합의 강간, 합의 역강간, 난교, 스와핑 등 현대 사회의 도덕적, 윤리적 관념에서 봤을 때 문제가 되는 행위들이 자주 나온다.  특히 가장 주가 되는 논쟁거리는, 연인 혹은 부부 사이가 아닌 다른 사람과 잠자리를 갖는 것. 그것이 단순 동네 사람뿐 아니라 ‘교육적 차원’에서 미성년자까지 포함이 된다면 어떨까?

물론 현대적 가치관에서 바라보면 선을 넘어도 아득하게 넘었다. 하지만 케비사가와의 주민들의 성생활이 잘못됐다고 할 수 있을까?

본 작품을 감상하면서 최근 봤던 다큐멘터리가 떠올랐는데, 인류의 성생활에 관한 내용이었다. 남녀 단 둘이서 평생을 약속하고 둘이서만 성관계하는 현대적 성생활이 ‘맞는’것인지, 과거 인류는 어떻게 성생활을 하며 진화해왔는지를 설명해줬는데, 가장 인상 깊었던 내용은 동남아 한 원주민 부족의 인터뷰 내용이었다. 그들은 신랑 신부를 따로 정해두지 않고 아이를 낳아 기르는, 난교로 자손을 잇는 부족이었다. 인터뷰이의 “아이들의 부모가 누군지 어떻게 알죠?”라는 질문에 “부족 아이들 모두가 내 자식이고 부족원 모두가 부모”라는 답변에 신선한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

물론 나는 남녀 둘이서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비교적 현대적 관점에서의 성 생활을 존중하고 지지하는 편이지만, 그렇지 않아도-불법적인 행위만 없다면-존중하는 편이다.

이야기가 만화 내용과는 조금 멀어졌지만, 불법적인 행위가 아닌 이상-아이우라의 거절과 반항을 제외하곤-문제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케비사가와 주민들은 전혀 문제 삼지 않는 것으로 보이니 더욱.

평소 성 생활의 정의에 대해 의구심과 호기심을 가지고 있었던 나에게 새로운 질문을 다시 던지게 해 준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만화 외적 내용이 아닌 구성과 연출면을 보자면 - 꼼꼼한 장면 구성과 연출, 흥미로운 주제를 과격하게 그려내어 속도감 있는 진행과 전개를 꾸려내었고, 후반부 현세대에서 자란 이의 괴리감과 구세대에 아직 살고 있는 이들의 충돌 과정을 급박하고 긴장감 있게 그려낸 것이 인상적이었다.


본 만화를 단순히 ‘흥미로운 주제의 킬링타임용 야한 만화’가 아닌, 진지하고 진중한 마음가짐으로 감상한다면 조금은 시야의 폭이 넓어질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