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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영화 리뷰

캡틴 마블 - 관객들에게도 '증명'하지 않는 패기 혹은 객기

Awful 

감독 : 애너 보든

배우 : 브리 라슨, 사무엘 L 잭슨, 벤 멘델슨, 주드 로 등

본 영화는 개봉 전부터 말이 많았다.

 

브리 라슨이 캡틴 마블 배역에 선정되고 난 이후부터 영화가 개봉하기 전까지, 무수히 많은 비판과 비난이 난무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영화를 보고 느끼는 본질적인 문제는 페미니즘, 스탠 리 인스타 추모 논란 등이 아닌 - 배우로서 가장 중요한 연기력이 매우 미흡하다는 것이었다.

 

브리 라슨은 약 2시간가량의 러닝타임 동안 진지한 얼굴, 화난 얼굴. 단 두 가지 표정으로 모든 연기를 소화한다.

 

어떤 상황이 닥쳐도, 어떤 이벤트가 생겨도, 같은 연기를 선보이는 덕분에 주인공 얼굴과 제스처에서 일말의 전달력과 호소력도 전해지지 않는다. 때문에 집중력과 몰입도는 자연스레 떨어지기 마련이다. 반면 악역인 주드 로는 안정적이고 강렬한 연기를 선보였다. 특히나 반전의 물꼬가 트일 시점부터 달라지는 눈빛에 압도되지 않을 수 없었다.

 

별개로 - 주드 로의 열연뿐 아니라 욘-로그의 캐릭터 자체도 매력적이었다. 언제부턴가, 마블의 영화는 주인공 (선)보단 악역들이 더욱 매력적이게 잘 뽑아내는 것 같다.

 

'여성'이 우주를 지킨다! 뭐? 여성이라고 무시한다고? 여자의 힘을 보여주지!

브리 라슨의 연기력만큼 문제가 되는 점이 바로 '캡틴 마블'의 정체성과 캐릭터성 어필에 실패했다는 점이다.

 

그 이유는 바로 그녀를 대변하는 스토리가 매우 부실하며 주인공의 신념이 엉성하기 때문이다. 이는 같은 마블 유니버스의 타 히어로 첫 영화들과 비교해보면 차이가 극명하게 갈린다. 지금까지 마블 유니버스를 이끌어온 아이언맨과 캡틴 아메리카의 경우 서로 3부작을 통해 ‘리더’에 이르기까지 많은 역경을 딛고 내/외적으로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토니 스타크의 경우 군수산업을 하다가 의도치 않게 자신의 상품들로 무고한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것을 보면서 고뇌하며 바뀌는 모습을 담았고, 스티브 로저스는 동료를 위해서 추호의 망설임도 없이 자신의 몸을 던져 수류탄을 막는 것처럼, 스타크와 스티브가 가진 무게감과 상징성은 그들의 첫 영화, 아이언 맨 1편과 퍼스트 어벤져에서부터 차근차근 쌓아온 결과물이다.

 

반면 캡틴 마블은 어떻게든 여자를 아랫사람 취급하는 몰지각한 남자들 사이에서 깨어있고 능력 있는 여성임을 어필하고 '영웅화'시키려는 욕심에, 개연성과 호소력은 뒷전으로 뒀다. 여러번 캐럴 댄버스가 -무슨 이유와 연고도 모른 채- 각성을 해서 세상을 구한다는, 마치 시샘에 가까운 속 빈 강정의 과시욕으로 가득 차 있다. 

 

I have nothing to prove to you.

남에게 증명해 보일 필요 없는 '내가 곧 영웅이다'라는 콘셉트를 들이민 것 같으나, 관객들에게조차 증명하지 않고 어떤 납득과 이해, 공감을 기대하는가?

 

영화 캡틴 마블은 그녀 = 영웅 임을 암시하는 트레일러부터, 유독 특정 성별임을 어필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어떻게 보면 편 가르기인데, 이는 전략적인 선택일 수 도 있으나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특정 집단에게 과하게 어필하면서 작품의 완성도가 미흡한 것을 감추려는 의도로 보인다.

 

단 한 번이라도 아이언맨이, 캡틴 아메리카, 타 사의 원더우먼과 엑스맨이 '특정 성별'임을 과도하게 어필한 적이 있었나?

 

다들 알다시피, 답은 NO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