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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영화 리뷰

사라진 밤 - 우려내고 우려내서 졸아 버린 사골국


Awful


감독 : 이창희

배우 : 김상경, 김강우, 김희애, 한지안, 이지훈 등


반전영화의 매력은 자고로 기존에 쌓아왔던 서스펜스와 단서들을 생각지도 못하게 -그러나 정당성이 주어질 때- 뒤집어질 때, 관객들이 그동안 정리해왔던 여러 가지 가설들이 깨지면서 오는 충격에서 기인한다.


앞뒤 상황 다 자르고 충격적인 반전을 만들어내려는 강박 때문인지, 초반부 이어왔던 서스펜스를 사뿐히 무시하고 ‘뜬금없는’ 반전을 넣어버렸다.


이런 반전이라면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 사실 부인이 죽은 것도 아니라든가, 죽긴 죽었는데 트라우마와 죄책감 때문에 남편이 미쳐버린 거라던가, 알고 보니 형사가 죽였다던가 등. 수도 없이 많다.


전에 쌓아놨던 긴장 요소들과 전개, 연출들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감독 자기 마음대로 반전 요소를 넣었다 뺐다 할 것 같으면 이런 아류작들은 반전 스릴러라는 장르를 붙이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조잡하게 모방했음에도 불구하고 발전된 모습이라곤 찾아볼 수가 없다.


나를 찾아줘 (원제 Gone Girl)에서 많은 영감을 받은 것 같다.

아내와의 불화로 인한 외도, 흥신소를 이용해 미행, 도촬, 외도의 대상이 된 이쁘고 어린 학생 등, 완벽주의자인 아내의 싸이코패스적인 복수 방법 등.


영화를 보는 내내 ‘나를 찾아줘’가 떠오르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럼에도 감독은 떳떳하게, 반전 요소가 다르면 '나를 찾아줘'와는 다른 영화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는지, 말도 안 되는 반전을 당당하고 후련해진 것 마냥 엔딩을 지어냈다. 


후배 형사들이 체포하러 올 때 체포를 당하는 척하다 도망가려는 시도를 하는 

클리셰 장면에서는 헛웃음이 나왔다.


정형화된 클리셰들의 연속.


워낙에 성격파 배우로 하는 역할들의 폭이 넓지 않은 배우 김강우부터,

친근하지만 자기가 맡은 일에서는 앞뒤 재지 않는 특별한 신념이 있는 형사, 

속을 알 수 없는 완벽주의자인 아내,

외도의 대상인 이쁘고 어린 학생 - 등의 배우 및 주인공들의 특징부터


서스펜스를 고조 시키기 위한 가까운 클로즈업, 제한된 시야, 긴장이 고조되는 배경음악까지.


모방과 클리셰 채용의 연속이다.

상업적 성공/이슈를 위한 모방에는 한계가 있다. 한국 상업 영화 계열은 특히 그런 부분이 많고, 여지없이 이번에도 실망만 늘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