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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책 리뷰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 펜 대를 쥐어잡았을 때 시작되는 나비의 날갯짓

Ordinary

저자: 히가시노 게이고

출판사: 현대문학

옮긴이: 양윤옥


감정적으로 몰입할 것이 없는 추리극은 단지 경찰의 수사보고서를 서술 트릭으로 한번 비꼬아 늘려놓은 것과 별 다를 바가 없다고 생각하는지라, 지금 당장도 하루에 수백, 수천 건씩 크고 작은 사건들이 온갖데서 발생하고 있음에도 별 관심이 없다. 따라서 사건의 심각성, 범행의 잔혹함과 같이 자극적인 요소들로 인한 것이 아닌, 범행의 동기, 피해자의 입장과 심정 등 감정적인 무언가에 몰입 또는 공감이 가능한 소위 '껀덕지'들이 있는 사건들이어야 비로소 대중들의 관심사에 오르내리게 된다.

 

히가시노 게이고 작품들이 유독 대중들에게 잘 알려지게 된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 시작되었다고 본다. 탄탄한 집필 능력에 감정적으로 공감하고 나아가 제 3자가 아닌 사건의 현장에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것만 같은 동질감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작품에 등장하는 여러 인물들 간의 얽히고설킨 관계 구조를 잘 짜는 것으로 유명하다. 개인적으로 본 작가의 작품 중 가장 좋아하는 '백야행'의 경우 직/간접적으로 등장하는 인물만 수십 명에 달하는 데에도 한 명 한 명씩 도드라질뿐더러 그들 간의 유기적인 관계의 티키타카가 볼 만하다. 

 

이렇듯 히가시노 게이고는 독자들의 관심을 확 끌어 작품으로 인도하거나, 내지는 작품에 온전히 몰입할 수 있게 만드는 그 무언가가 있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작가의 주 장르가 아님에도 인물들 간의 관계의 서사를 높은 밀도로 끌어올려 만들어낸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인간은 삶을 살아가면서 물질적인 것으로부터의 만족만큼이나 정신적인 만족도 필수적으로 필요하다. 이를테면 대화, 공감, 연민 등 언어 및 사회적인 행동을 통해 충족되는 만족과 행복처럼 말이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이러한 인간의 기본적 욕구 중 하나인 대화와 공감이라는 키워드를 십분활용한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편지'를 통해 질문하고 답변하며 서로 소통하고 치유한다. 오늘날 우리는 문자와 카카오톡 등 SNS 및 이메일 등으로 간편하게 소통할 수 있으나, 불과 2~30년 전 그때 그 시절엔 대화를 제외한 유일한 소통 방법은 편지뿐이었으리라. 더군다나 편지는 얼굴을 마주하고서는 말을 하기 어려운 주제 혹은 타인과의 대화가 꺼려지는 소재도 편지를 통해서라면 펜 대를 쥐어잡을 용기가 날 법하다는 특징 또한 있다. 때문에 편지는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가장 진실된 소통이다. 누군가가 나에게 직접 한 자 한 자 꾹꾹 눌러 담아 편지를 보내주는 것이 요즈음처럼 쉽게 전달되어 오는 것들과 느낌이 사뭇 다르다는 것은 편지를 주거나 받아보면 느낄 수 있다.

 

면식도 없는 이에게 편지를 보내는 신뢰와 믿음, 때로는 자신에게 온 편지가 아님에도 답장을 적어 보내주는 것. 답장에 대하는 태도와 내용의 질은 차치하고, 서로의 진심을 담아 주고받으며 연대하는 것이, 답장이 불러일으킨 나비효과 보다 더 큰 공감과 치유가 되었다면 작품의 본질을 제대로 보지 못한 것일까, 아무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