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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알폰소 쿠아론
배우 : 얄리차 아파리시오, 마리나 데타비라 등
자전적인 이야기를 소재로 한 영화들을 보고 난 후엔 왜 항상 마음속 깊은 곳이 아련할까.
기억 속 한 켠을 차지하고 있는 너와 나의 어릴 적 이야기를 되짚어보며 하나의 시네마로 이끌어내는 것. 동심 및 자아정체성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 우리네 어릴 적을 소재로 하기 때문에, 우리들의 가장 깊은 내면이자 동시에 가장 순수한 그 부분을 어루만져주는 듯한 느낌을 받기 때문은 아닐까.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은 영화 '로마'는 자신을 키워준 두 어머니를 위한 헌정작이다. 첫 번째는 생물학적인 어머니, 그리고 두 번째는 자신을 키워준 또 다른 어머니인 하녀 '리보'이다. 영화 속에서 아버지들은 항상 관계에서 도망치는 등 어두운 모습을 띄는 반면, 어머니들은 정반대의 위치에 서 있다. 이유야 어떻게 됐든 결국 아이들을 지키고 키워낸 것은 어머니(들)의 위대한 모성애에서 비롯된 사랑이다. 다만 본 영화에서 그려내는 모성애는 '뛰어난 의지'를 가지고 살아나가는 당찬 여성이 아닌 그저 주어진 상황에서 어떻게든 살아나가려고 하는, 살아나가야만 하는 평범하고 보편적인 의미에서의 모성애를 다룬다. 때문에 거창한 스토리가 아님에도 대다수의 사람들이 자신들의 어릴 적 모습에 대입해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알폰소 쿠아론의 단짝이자 할리우드 베스트 콤비 중 하나인 임마누엘 루베즈키가 참여하지 않은 몇 안 되는 작품이다. 거두절미하자면, 알폰소 쿠아론 감독은 더 이상 별개의 촬영감독이 필요하지 않아 보인다. 본 영화에서 담백하면서도 시선을 계속해서 따라가게 만드는 임마누엘 루베즈키 촬영감독의 창의적인 롱테이크 촬영 방식 느낌을 살리면서도, 자신만의 포커스를 집중하는 앵글과 쇼트를 선보인 알폰소 쿠아론 감독은 연출뿐 아니라 촬영 방면에서도 이젠 어나더 클래스임을 영화 '로마'에서 증명해내었다.
연출과 촬영까지 다진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한계는 어디까지일지, -좋은 의미로- 정말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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