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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베어 - 한정된 좁은 공간에서 난무하는 언어 각축전 Recommend감독: 크리스토퍼 스토러배우: 제레미 앨런 화이트, 에번 모스배크랙, 아요 에데비리, 라이오넬 보이스, 리자 콜론-자야스, 애비 엘리엇  '더 베어'는 친형이 남긴 복잡한 유산(빚, 방치된 가게, 인간관계 등)에 얽혀 고군분투하는 주인공 카미의 이야기를 다룬다. 주방을 배경으로, 개성 강한 구성원들이 치열하게 갈등을 겪으며 일어나는 상황을 그리며, 특히 카미와 리치의 대립이 핵심이다. 두 사람은 피는 안 섞였지만 여러의미로서의 형제 같은 사이로, 과거를 유지하려는 리치와 개편하려는 카미의 갈등을 주로 다룬다. 여러 구성원들끼리 얽히고 설키며 고단한 식당의 하루하루를 다루는 것이 주요 줄거리이며, 이들의 갈등은 에피소드 7 후반의 10분에서 극한으로 치닫는 것을 볼 수 있다. 주방에서 벌어.. 더보기
만들어진 신 - 극과 극은 통한다. '과학'이라는 종교의 이교도 대항 지침서 Ordinary저자: 리처드 도킨스 출판사: 민음사 옮긴이: 이한음나의 배경 1.나는 비종교인이다. 가톨릭을 믿는 친가와 기독교를 믿는 외가의 자식으로 태어나서 두 종교를 조금씩 겪었지만 여전히 비종교인이다. 자세한 이야기를 하자면 갓난 아기 때 이젠 얼굴도 잘 기억이 나지 않는 대부에게 안겨 세례를 받아 엄연히 세례명도 있으며, 가톨릭 초등학교를 나와 정규 수업으로 '교리'를 학습했고, 매월 한 번씩 강당에서 조회를 할 땐 마무리로 찬송가를 부르곤 했다. 11살 즈음엔 주기도문과 여러 성경구절들을 외우며 첫 영성체를 받았더랬다. 그렇게 믿음을 품고 살았던 어린아이의 믿음은 정말 강력했다. 한창 학교와 성당에서 믿음을 갖고 있던 어린 나는 다른 이에게 말하면 코웃음 치며 헛소리하지 말라고 할 경험을 하기.. 더보기
패스트 라이브즈 - 노라에서 남편으로 시점이 바뀐 이후부터 무서운 속도로 전후사정들이 퇴색되어버린다 Ordinary 감독: 셀린 송 배우: 그레타 리 유태오 등 어떤 얘기를 하고 싶고, 무슨 감정을 영화에 녹여내고 싶은지 충분히 알겠다. 다만 시점을 약간만 바꾼다면 이야기의 온도가 확 달라져버린다. 노라-해성의 일차원적인 관계에서 아서라는 세 번째 존재가 개입하면서부터 문제는 발생한다. 정확히는 중반부 침대에서 잠을 설치는 아서의 속마음을 전달하는 씬부터이다. 평소에 자신은 알아들을 수 없는 그의 모국어로 잠꼬대를 할 때 자신이 속해 있지 않은 세계가 두렵다고, 아서는 고백한다. 또 그들이 처음 만난 순간에 내가 아닌 다른 이었어도 그 사람과 지금처럼 행복할지를 묻는 그는 해성의 이야기를 듣기 이전부터 둘 사이의 관계에 대한 걱정과 불안함에 떨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노라의 이타적이지 못한(또는.. 더보기
플라워 킬링 문 - 스콜세시답지 않게 노골적이고 단조로운 미국 서사 신파극 Ordinary 감독 : 마틴 스콜세시 배우 :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로버트 드 니로, 제시 플레먼스, 릴리 글래드스톤 등 백인들의 서부개척에 밀려 외딴 지역으로 밀려난 인디언들 중 한 부족이었던 오세이지족들은 그들의 땅에 매장되어 있는 엄청난 양의 석유덕에 순식간에 미국 내에서 가장 부유한 일족으로 거듭나게 되었다. 그러나 돈이 꼬이면 뱀들도 꼬인다 했던가. 그들의 막대한 재산을 노리는 개척자들의 계략으로 오세이지족들에게 정치적, 경제적 족쇄를 걸쳐 그들을 수족처럼 관리하고 있고, 그에 그치지 않고 하나둘씩 원인미상의 오세이지족이 죽는 대규모 연쇄살인사건이 벌어지게 된다. 수년에 걸쳐 연속적으로 일어나는 오세이지 연쇄살인사건의 주체가 짙은 안갯속에만 존재하는 것만 같다. 하지만 그와 반대로 돈을 노리.. 더보기
플라워 문 - 망자들의 말없는 절규, 여전히 배어있는 피비린내를 묵묵히 옮겨 적는다. Ordinary 저자: 데이비드 그랜 출판사: 프시케의 숲 옮긴이: 김승욱 플라워 문(원제: Killers of the Flower Moon)은 20세기 초, 그중에서도 1920년대 오세이지 족의 원인미상 대량살인사건을 중점적으로 다루며 미국의 성장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기름과 그 이면의 비열하고도 잔인한 인간의 내면을 다룬다. 책은 총 3부로 이루어져 있는데, 1부는 오세이지 부족 전반에 대한 설명으로 시작하여 그들의 시선과 입장에서 바라보는 일련의 살인사건들의 시작과 그것이 역병처럼 퍼져나가는 핏빛 현장을 보여주고, 2막은 오세이지 살인사건을 담당하게 되는 탐정 톰 화이트에 초점을 맞추어 사건의 본질과 단서들을 찾아 나아가 그 배후에 있는 근원을 찾아 나아간다. 3부에서는 현재, 즉 잔인하게 죽어나.. 더보기
대외비 - 정신피로한 연출과 가볍게 타오르는 감정들이 꼭 일본 아류영화를 보고 베낀듯 Awful 감독: 이원태 배우: 조진웅, 이성민, 김무열 등 강강강 템포의 속도에 수도 없이 벌어지는 배신에 흐름을 맡기며, 정치와 폭력, 부산 특유의 마초기질을 가진 영화들의 클리셰와 정석루트를 그대로 밟기에 체감상 2시간 반정도의 러닝타임처럼 느껴진다. 조진웅을 필두로 한 배우들의 특유의 연극톤의 발성과 표정으로 윽박지르는 꼴이 딱 일본식 감정표현 같아 김 빠진 웃음이 더러 나오곤 했다. 감정의 원천인 인물 내면의 심리 속에서 올라오는 것이 아닌, 그저 가볍게 겉면에서 타오르는 불꽃처럼 말이다. 특정 배우를 떠올리면 특정 장르에 국한되어 있다는 것을 느낄 때가 있다. (요즘은 '고립'이라는 표현을 쓰고 싶다.) 배우의 장르화, 장르의 배우화. 엄청 특출나지 않은 보통의 배우로 가정을 해보자면 이는 분.. 더보기
더 웨일 - 남을 구원하기 이전에 본인부터 구제하시길 Ordinary 감독: 대런 애로노프스키 배우: 브랜든 프레이저, 세이디 싱크 등 불행한 과거와 자신이 저지른 선택으로 인해 (정신적으로) 불안하며 (신체적으로) 자기 파괴적인 아버지가, (정신적으로) 딸을 구원하는 동시에 자신도 죗값을 씻어 (정신적으로) 구원받고 (신체적으로) 해방되고자 하는 한편, 그런 그를 (신체적으로) 구원하고픈 주변인물과의 마찰과 그 간극의 감정이 주요한 이 영화는 막상 2시간이 다 흐르고 나면 '그 구원'에 대한 장황한 견해보다 브랜든 프레이저의 인상적인 호연만이 기억에 남는다. 회생하고 재기할 방법이 충분히 있음에도 자기 자신을 방치하고 곪게 내버려 두면서, 오로지 혈육인 딸에게 '못다 한 부모노릇과 금전적인 지원을 해주는 것'에 혈안이 되어있는 모습을 보자면, 어찌 보면 .. 더보기
애프터썬 - One Without from Aftersun 영화의 엔딩곡 먹먹한 바이올린의 선율이 마치 바닷파도의 밀물과 썰물처럼 균일한 리듬으로 들이쳐 마음을 미어지게 한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