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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영화 리뷰

범죄도시 2 - 입체적이고 매력있는 빌런이 곧 프랜차이즈 수명의 키

Ordinary

감독: 이상용

배우: 마동석, 손석구, 최귀화, 박지환, 등


범죄도시 1편은 2017년 개봉한 작품으로 당해 개봉한 수많은 프랜차이즈 및 블록버스터 영화들은 물론 국내 영화들에게도 가려져 그저 그런 성적을 거둘 3류 영화 일 것이라는 것이 영화의 전반적인 평가였다. 그러나 모두의 예견과는 정반대로 청불영화임에도 17년도 영화계의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며 상업적으로 대성공한 작품이 되었고, 영화 속 인물과 명대사들은 그 해를 쥐락펴락할 정도의 영향력을 과시했다. 


그렇다면 범죄도시의 이토록 성공한 이유는 무엇일까? 또, 2편이 개봉된 지 채 몇 주가 지나지도 않은 현재 3편의 촬영이 곧 시작된다는 소식이 들려오는데, 앞으로 펼쳐질 '범죄도시'라는 프랜차이즈의 성공 여부는 어디에 달려있을까?


먼저 범죄도시가 성공한 이유는 장르영화의 역할을 제대로, 또 뻔뻔하게 수행했다는 점이다.

 

범죄도시는 제 역할만을 충실히 수행한다. 어찌 보면 진부한 구성을 꾸려가는 동시에 마동석을 위시한 등장인물들 간의 티키타카로 다소 잔혹하고 무겁게 느껴질 수 있는 배경을 가볍게 환기시켜주며 이른바 '구강액션'을 선보이며 템포를 조절한다. 탄탄한 장르적 요소들과 이를 환기시켜줄 수 있는 포인트를 '제대로' 잡은 점이 성공의 첫 번째 요인이다.

 

그리고 범죄도시는 경찰액션영화라는 장르적 대목에서 대번에 알 수 있듯 '경찰 편 착한 편 상대편 나쁜 편'의 얼굴을 한 작품이며 경찰이 악당들을 잡아 시원하게 정의구현하는 것을 관객들이 기대하며 보러 오는 작품이다. 깡패들의 사정도, 무력으로 일을 해결하는 경찰에 대한 잣대도, 조선족들에 대한 연민도 필요 없다. 그저 마동석이 악랄한 범인을 어떻게 붙잡고 때려눕힐지에만 목적을 두고 묵직하게 달려간다. 신파적 요소를 두지 않은 점 - '뻔뻔하다'는 표현을 쓴 이유는 여기에 있다.


앞서 말했듯 범죄도시는 장르영화의 전형적인 뼈대와 얼개를 갖춘 영화이다. 어느 악당이 나와도 결국 마동석이 때려잡을 것이 뻔한 컨베이어 벨트 같은, 악당을 제외하고는 다 맞춰져 있는 퍼즐 조각들 같은 형태다. 다시 말해 결국 장르영화 특성상 시간이 흘러 차기작이 나와도 전형적인 모습을 취할 수밖에 없는 경찰 측과는 달리 변화는 항상 악당 측에서 나올 수밖에 없으며, 범죄도시 프랜차이즈의 미래 수명은, 장첸-강해상을 잇는 입체적이고 매력적인 빌런을 어떻게 가공해내느냐에 달려있다.

 

비슷한 케이스로 요즈음까지 대인기를 구가하는 마블 프랜차이즈들의 영화들을 빗대어 볼 수 있다. 작품 내적으로 보자면 마블 영화들을 보면 대개 영웅 편 서사와 스탠스는 대부분 일관적이지만, 그들을 괴롭히는 빌런들은 다채롭고 입체적인 경우가 많다. 요즈음 마블 영화들은 '영웅보단 빌런이 더 매력적'이라는 이야기가 괜히 나오는 것이 아닌 만큼, 마블 제작진들은 독특하고 매력 있는 빌런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국영화 역사를 통틀어서 보더라도 이례적으로 많은 관심과 인기를 끌었던 '장첸'이라는 빌런의 그림자에 대해 깊게 고심한 흔적이 보인다. 

수십, 수백 명의 부하직원들을 이끌었던 경력이 있고,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수직적인 장첸에 반해 단독행동을 추구하며, 방금 전까지 동료였던 주변 인물들도 상황에 따라 한 치의 고민도 없이 배신하는 등 타 인물들과의 관계에서 여러 의미로 동등한 수평적인 위치에 있는 강해상은 노골적으로 서로 반대급부 위치에 속해있는 인물이다. 

 

차기작 빌런의 캐릭터성을 이렇게 구축한 것은 제작진들이 장첸의 그림자에 대한 부담을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었다는 반증이라 할 수 있다. 정작 제작진 측에서는 부정하고 있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