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ential
감독 : 마틴 스콜세시
배우 : 레이 리오타, 로버트 드 니로, 조 페시, 로레인 브라코 등
'좋은 친구들'은 끈끈한 의리를 다룬 느와르 영화보단 더럽고 치사한 동네 뒷골목 스타일의 갱스터 영화이다. 같은 핏줄을 가지고 태어나서 헨리와 토미가 좋은 친구들이 된 것이 아닌 것처럼 말이다. 그들은 그저 그들의 세계에 알맞게 하루하루를 살아왔을 뿐이다. 그러다 어느 순간 그들의 평화로운 일상에 금이 가기 시작하면서 서서히 옥죄어 오는 큰 파도의 파괴력, 그리고 한바탕 몰아친 후 남은 생존자들의 허심탄회한 말로까지, 한 사람의 인생을 훑어보며 복합적인 감정들을 이끌어낸다.
속도가 빠르고 낙차만 크다고 그 감정까지 배가 되는 것은 아니다. 완급조절이 확실한 잔잔한 롤러코스터야말로 감정을 이끌어내고 복합적인 감정을 칠할 수 있는 시네마(Cinema)이다.
스토리텔링. 이야기를 얼마나 잘 풀어내어 관객들에게 전달하는가.
아이리시맨의 후기에도 썼듯 - 영화 '아이리시맨'은 마치 3시간 반 동안 프랭크 시런과 마주 보고 앉아 그의 이야기를 재밌게 들은듯한 경험이었다. 어릴 적 할머니가 침대맡에서 들려주시던 구연동화처럼 말이다. 그 이야기에 '아주 높은 밀도'라는 조미료를 첨가한 것이 바로 마틴 스콜세시 감독의 스토리텔링이다.
주변에서 유독 말을 재밌게 하는 친구들이 있다. 그들은 자세한-그러나 지루하지 않은-부연 설명과 이야기의 완급조절, 그리고 특정 포인트에서 한방을 터트리는 재치까지 능수능란하게 구사할 줄 안다. 그로 인해 듣는 이로 하여금 그 '썰'에 직접적인 연관은 없지만 마치 내가 그 현장에 있었던 것만 같은 느낌을 받게 해 준다. 마틴 스콜세시 감독이 바로 그렇다. 감독의 에스코트와 함께 작품 세계로 뛰어들어 등장인물들과 같이 숨 쉰다는 것만큼, 영화라는 매체로 겪을 수 있는 생동감 넘치는 경험이 더 있을까.
장담하는데, 마틴 스콜세시 감독은 굴러가는 돌을 보고서도 장대한 서사시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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