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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영화 리뷰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 서로의 견해와 성격의 차이를 이해하고 좁혀가는 것

Ordinary

감독 : 우시지마 신이치로

성우 : 타카스기 마히로, 린 등

서로에게 호감을 가진 젊은 나이의 두 학생, 여주인공의 활발한 단짝, 소극적이고 어두운 남자가 활발하고 밝은 여자를 만나 변화하는 것. 분명 어디선가 보고 읽었던 내용들이다. 다시 말하자면 본 영화는의 뼈대는 기본적으로 일본 특유의 클리셰 범벅이다.

한국인이라면 어린 여자가 병으로 요절한다는 점에서 여러모로 황순원 작가의 소설 ‘소나기’가 떠오를 텐데, 짧아서 더 담백하고 아련했던 소나기와는 달리 본 영화는 시간도, 내용도, 사건들도 더 많은데에 비해 밀도가 더 높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계속해서 사건들이 터짐에도 일정 범위를 벗어나지 않기 때문에 아련함, 슬픔 보단 오히려 무덤덤하거나 따분함까지 느끼게 된다.

본 영화에서 언급할만한 것은 사쿠라와 하루키의 ‘살아가는 것’에 대한 견해 차이뿐이다. ‘타인과의 상호작용 때문에 내가 존재한다’라는 사회적인 가치관을 가진 사쿠라와, ‘내가 필요로 하지 않으면 거리를 둔다’의 개인주의 경향이 강한 하루키의 견해 차이와 충돌, 서로가 변해가는 과정은 흔한 연애물에서 던져진 설정치곤 꽤나 철학적이기까지 하다.

어쩌면, 그 견해를 바탕으로 성격을 그려내고, 그 성격들이 너무나도 견고했기 때문에 사쿠라와 하루키의 뒷맛이 시원 씁쓸하지 않았나 싶다.

이외엔 남주 성우의 자질이 심히 의심되며, 후반부 뜬금없는 사쿠라의 사망 사유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짙게 남는다. 작화와 영상미 부분에서도 딱히 기억에 남는 부분이 없을 정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