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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영화 리뷰

엑스맨: 다크 피닉스 - 엑스맨 시리즈의 아이덴티티를 망각한 우매함

Awful

감독 : 사이먼 킨버그

배우 : 제임스 맥어보이, 마이클 패스밴더, 소피 터너, 제시카 차스테인, 제니퍼 로렌스 등

기존 엑스맨 트릴로지가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사회적 소수자들을 대변하는 돌연변이들에 대한 사회의 시선, 편견 및 차별과 그를 타파하는 과정 그리고 다양한 개성과 특성을 가진 돌연변이들의 능력을 십분 활용한 전투 시퀀스가 떠오를 것이다. 또한 애증의 관계인 찰스와 매그니토의 대립 관계를 중점적으로 흘러가는 여러 에피소드들이 겹치면서 현재의 엑스맨 시리즈를 이끌어왔다고 할 수 있다.

 

본 영화에서는 엑스맨 시리즈를 관통하는 주제인 돌연변이들의 선과 악에 대한 끝없는 갈등과 경계의 모호함(Complex)을 망각한 채 단지 '누가누가 힘이 더 센가'를 겨루는 힘자랑 대결구도로 끌고 간다.

 

배우들의 연기가 아쉬운 건 아니다. 그저 각본과 연출에 아쉬움이 느껴질 뿐.

영화 초반부 진의 어릴 적 회상 시퀀스는 엑스맨 1편에서부터 보여왔던 돌연변이들의 고충과 고통을 다시 한번 진부하게 표현해낸 것이고, 마땅한 빌런 요소가 없는지 새롭게 투입된 릴란드라와 외계 종족들은 장담컨대 엑스맨 빌런 중 가장 최악이라고 할 수 있다. 명분은 너무나도 일차원적이며, 무게 잡은 것에 비해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는 모습도 보여주지 못한 채 허무하게 끝이 난다. 다크나이트 라이즈에서의 베인보다 못한 빌런의 퇴장이다.

 

빈약한 빌런과 명분 외에도, 단순한 힘자랑, 과시용 돌연변이들, 주요 등장인물들의 뜬금없는 죽음 등 엑스맨: 최후의 전쟁의 실패 요인들을 모조리 답습했다. 더군다나 엑스맨 탄생: 울버린과 같이 엑스맨 유니버스의 한 에피소드라면 모를까 엑스맨 유니버스의 마지막 에피소드로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퀄리티와 스토리로 끝맺음을 했다.

돌연변이들 특유의 능력들을 활용한 초반부와 후반부 전투 시퀀스는 역시나 엑스맨 시리즈답게 화려했다만, 앞서 말했듯 엑스맨 특유의 철학적인 요소들은 배제되고 상업영화의 특성만 가미되어 여타 다른 슈퍼히어로 아류작들과 다를 바가 없어졌다. 진부한 각본과 갈등 요소를 덮으려고 화려한 전투신으로 눈 가리고 아웅 하다가 꼴에 시리즈 마지막 작품이라고 선심 쓰는 듯이 엔딩 씬에 찰스와 에릭의 만담 장면을 넣은 것은 정말 '기존 올드팬들을 우롱하는 건가'하는 생각까지 들 정도.

 

무엇 때문에 이렇게도 허술하고 급박하게 시리즈 대단원을 마무리해야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기존 엑스맨 시리즈들의 성공한 요소들과 실패한 시리즈들로부터 얻은 교훈을 제대로 활용했다면 이렇게 끝맺음을 짓지는 않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크게 남는다. 여러 의미로 브라이언 싱어가 사무치도록 그리운 또 다른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