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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워 문 - 망자들의 말없는 절규, 여전히 배어있는 피비린내를 묵묵히 옮겨 적는다. Ordinary 저자: 데이비드 그랜 출판사: 프시케의 숲 옮긴이: 김승욱 플라워 문(원제: Killers of the Flower Moon)은 20세기 초, 그중에서도 1920년대 오세이지 족의 원인미상 대량살인사건을 중점적으로 다루며 미국의 성장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기름과 그 이면의 비열하고도 잔인한 인간의 내면을 다룬다. 책은 총 3부로 이루어져 있는데, 1부는 오세이지 부족 전반에 대한 설명으로 시작하여 그들의 시선과 입장에서 바라보는 일련의 살인사건들의 시작과 그것이 역병처럼 퍼져나가는 핏빛 현장을 보여주고, 2막은 오세이지 살인사건을 담당하게 되는 탐정 톰 화이트에 초점을 맞추어 사건의 본질과 단서들을 찾아 나아가 그 배후에 있는 근원을 찾아 나아간다. 3부에서는 현재, 즉 잔인하게 죽어나.. 더보기
달러구트 꿈 백화점 - 대세 트렌드들을 얼기설기 엮어만든 누더기 처녀작 Awful 저자: 이미예 출판사: 팩토리나인 어수룩함. 어수룩한 구성 어수룩한 전개 어수룩한 메시지와 계몽 어수룩한 떡밥과 활용 어수룩한 끝맺음 2010년대 후반부터 지금까지 국내소설 및 에세이 장르 대부분에 유행처럼 번져있는 '공감과 치유'의 늪에 빠져있는 작품 굿윌 헌팅처럼 '네 잘못이 아니야'라는 말만 되풀이하며 '괜찮아질 거야, 걱정하지 마'를 답습한다. 알맹이는 없이 막연하고 대책은 없는 공감성 치유로 모든 일을 해결하려 하며, 문제를 내가 아닌 타인에게서 찾으려고 하는(찾아야만 하는) 얼빠진 소리만 읊어놓는다. 모든 이들이 공통적으로 흥미를 가지는 '꿈'이라는 설정과 막연한 '공감성 치유' 등 대세 트렌드들을 결합하여 얼기설기 엮어 만든 누더기 처녀작 더보기
광매화 - 일본식 신파의 늪 Ordinary 저자: 미치오 슈스케 옮긴이: 한성례 출판사: 씨엘북스 유독 일본 소설 중 어두운 면을 그릴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골 소재 중 하나는 바로 부적절한 관계에 관한 것이다. 간통, 근친, 특히 아동 성폭행과 그와 관련된 살인을 소재로 한 일본 소설은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광매화'는 각 챕터마다 등장하는 인물들이 바뀌며 서로 간의 연결고리를 지닌 공유된 옴니버스형 소설이며, 등장하는 인물들이 어떠한 관계에서 '부재'를 느끼며 이를 서로 채워주며 극복해나가는 과정을 그려낸 작품이다. 일본 특유의 암울한 세계와 치유물의 다소 클리셰적인 요소들로 이루어져 있어 공식을 따라가는 만큼 뻔하지만, 바꿔 말해 그만큼 흥미와 몰입에 대한 안전성은 확보되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적절한 재미는 있.. 더보기
이방인 - 자신에게까지 무책임한 책임감, 빛이 바랜 그 의미 Ordinary 저자: 알베르 카뮈 출판사: 민음사 옮긴이: 김화영 단적으로 자신의 죽음까지도 무가치스럽고 무관심했던 만큼, 그의 무책임은 솔직하기 그지없었다. 뫼르소의 사고방식과 삶의 신념, 가치관들이 나와 일정 부분 닮았다는 점, 나의 이러한 성격들로 하여금 타인에게 긍정적 반응을 유도하기 힘들었던 기억이 많았다는 점, 그럼에도 한 집단 내에서 '이방인'이 되었던 기억을 끄집어 내게 된 점 강경하게 개인의 자유를 주장하며 동시에 지향하는 사고방식임을 감안하더라도 책임감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 자유는 권리와 그에 맞는 책임이 수반되어야만 비로소 온전한 의미를 지니기 때문에 다소 모순적인 행태에 회의감과 온전히 이해하기 어려운 점이 있었다. 때문에 자연스레 변호사 보단 검사의 주장에 무게가 기울었고, .. 더보기
천공의 벌 - 두 마리 토끼를 다 잃은 경우 Awful 저자: 히가시노 게이고 출판사: 재인 옮긴이: 김난주 작품을 위해 헬리콥터 및 중장비 기계, 핵과 원자로, 열과 화학에 대해 깊이 공부한 티가 난다. 마치 인터스텔라를 제작하기 위해 논문까지 집필하게 된 놀란 형제처럼 말이다. 본 작품 자체가 대중친화적인 작가의 여타 다른 소설들과 달리 매니악하고 전문적인 소재에 대해 다루며, 방향성이 추리극보다는 과학적/수학적 시뮬레이션 쪽에 가깝다. 따라서 대중적인 재미와 흥미보다는 현실성을 앞세우며 경각심을 일깨워 주며, 결말부에서 다시 한번 더 중점적으로 다뤄지며 궁극적으로 반 원전화 프로파간다라고 해도 믿을 정도의 작가의 시선이 담겨 있다. 각설하자면 시도는 좋았다만, 소설이라 하기엔 전공서적과 같이 무겁고, 학술지 내지는 논평이라고 하기엔 짜임새가 .. 더보기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 펜 대를 쥐어잡았을 때 시작되는 나비의 날갯짓 Ordinary 저자: 히가시노 게이고 출판사: 현대문학 옮긴이: 양윤옥 감정적으로 몰입할 것이 없는 추리극은 단지 경찰의 수사보고서를 서술 트릭으로 한번 비꼬아 늘려놓은 것과 별 다를 바가 없다고 생각하는지라, 지금 당장도 하루에 수백, 수천 건씩 크고 작은 사건들이 온갖데서 발생하고 있음에도 별 관심이 없다. 따라서 사건의 심각성, 범행의 잔혹함과 같이 자극적인 요소들로 인한 것이 아닌, 범행의 동기, 피해자의 입장과 심정 등 감정적인 무언가에 몰입 또는 공감이 가능한 소위 '껀덕지'들이 있는 사건들이어야 비로소 대중들의 관심사에 오르내리게 된다. 히가시노 게이고 작품들이 유독 대중들에게 잘 알려지게 된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 시작되었다고 본다. 탄탄한 집필 능력에 감정적으로 공감하고 나아가 제 .. 더보기
백야행 - 정교하게 흩뿌린 자욱한 안개 속 희미하게 빛나는 감정 Essential 저자: 히가시노 게이고 출판사: 재인 살인사건 범행과 용의자, 그리고 그들의 행적. 그들의 '삶'에 살을 더해주는 여러 명의 조연들. 600p 2권으로 구성되어있는 이 소설은, 분명 적지 않은 분량임에도 2권 후반부까지도 새로운 얼굴들이 (거의) 끊이지 않고 등장한다. 이들은 료지와 유키호와 어떤 방식으로든 직, 간접적으로 연관되어있으며, 그들의 세계관과 삶에 생기와 활력, 나아가 극의 톤 앤 매너를 정립하고 구축하는 데에 큰 영향력을 행사한다. 다시 말해, 범행과 관련된 이들과 그 주변인들의 실제화(實際化)하여, 아찔할 정도로 입체적이며, 동시에 정교하게 극을 구축하였고, 그들로 삼아 극의 톤과 서스펜스를 한 껏 끌어올리며 합리적 결말과 긴 여운을 이끌어 냈다고 할 수 있다. 백야행의.. 더보기
멋진 신세계 - 집요하고 세세한 비유를 통한 비판, 나아가 그 기준을 자신에게도 적용하여 본다면 Recommend 저자: 올더스 헉슬리 출판사: 문예출판사 사상과 이념의 대립 책임 없는 쾌락과 이득 vs 피, 땀 등 희생으로 얻어내는 결과와 보람 유아적 사고와 권리, 통제 vs 독자적 판단과 행동, 권리와 자유 20세기부터 전 세계적인 영향력을 끼치는 미국과 서구 열강들 덕에 오늘날 민주주의와 자유경제체제는 이미 우리들에게는 너무 익숙하다. 이 책이 발간되었을 당시인 20세기 초반은 민주주의와 사회주의의 대립, 즉 서구 열강들과 러시아의 사상적 경쟁이 이루어지던 시기이다. 올더스 헉슬리는 사회주의와 전체주의의 유토피아를 현실적이면서도 깊이감 있는 세계관을 구축하여 작품 속의 몇 인물을 제외한 모든 인물들이 행복하게 살아가는 일상을 그려내지만. 민주주의와 자유를 제1순위로 두고 살아가는 현재의 우리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