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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트 라이브즈 - 노라에서 남편으로 시점이 바뀐 이후부터 무서운 속도로 전후사정들이 퇴색되어버린다 Ordinary 감독: 셀린 송 배우: 그레타 리 유태오 등 어떤 얘기를 하고 싶고, 무슨 감정을 영화에 녹여내고 싶은지 충분히 알겠다. 다만 시점을 약간만 바꾼다면 이야기의 온도가 확 달라져버린다. 노라-해성의 일차원적인 관계에서 아서라는 세 번째 존재가 개입하면서부터 문제는 발생한다. 정확히는 중반부 침대에서 잠을 설치는 아서의 속마음을 전달하는 씬부터이다. 평소에 자신은 알아들을 수 없는 그의 모국어로 잠꼬대를 할 때 자신이 속해 있지 않은 세계가 두렵다고, 아서는 고백한다. 또 그들이 처음 만난 순간에 내가 아닌 다른 이었어도 그 사람과 지금처럼 행복할지를 묻는 그는 해성의 이야기를 듣기 이전부터 둘 사이의 관계에 대한 걱정과 불안함에 떨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노라의 이타적이지 못한(또는.. 더보기
플라워 킬링 문 - 스콜세시답지 않게 노골적이고 단조로운 미국 서사 신파극 Ordinary 감독 : 마틴 스콜세시 배우 :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로버트 드 니로, 제시 플레먼스, 릴리 글래드스톤 등 백인들의 서부개척에 밀려 외딴 지역으로 밀려난 인디언들 중 한 부족이었던 오세이지족들은 그들의 땅에 매장되어 있는 엄청난 양의 석유덕에 순식간에 미국 내에서 가장 부유한 일족으로 거듭나게 되었다. 그러나 돈이 꼬이면 뱀들도 꼬인다 했던가. 그들의 막대한 재산을 노리는 개척자들의 계략으로 오세이지족들에게 정치적, 경제적 족쇄를 걸쳐 그들을 수족처럼 관리하고 있고, 그에 그치지 않고 하나둘씩 원인미상의 오세이지족이 죽는 대규모 연쇄살인사건이 벌어지게 된다. 수년에 걸쳐 연속적으로 일어나는 오세이지 연쇄살인사건의 주체가 짙은 안갯속에만 존재하는 것만 같다. 하지만 그와 반대로 돈을 노리.. 더보기
플라워 문 - 망자들의 말없는 절규, 여전히 배어있는 피비린내를 묵묵히 옮겨 적는다. Ordinary 저자: 데이비드 그랜 출판사: 프시케의 숲 옮긴이: 김승욱 플라워 문(원제: Killers of the Flower Moon)은 20세기 초, 그중에서도 1920년대 오세이지 족의 원인미상 대량살인사건을 중점적으로 다루며 미국의 성장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기름과 그 이면의 비열하고도 잔인한 인간의 내면을 다룬다. 책은 총 3부로 이루어져 있는데, 1부는 오세이지 부족 전반에 대한 설명으로 시작하여 그들의 시선과 입장에서 바라보는 일련의 살인사건들의 시작과 그것이 역병처럼 퍼져나가는 핏빛 현장을 보여주고, 2막은 오세이지 살인사건을 담당하게 되는 탐정 톰 화이트에 초점을 맞추어 사건의 본질과 단서들을 찾아 나아가 그 배후에 있는 근원을 찾아 나아간다. 3부에서는 현재, 즉 잔인하게 죽어나.. 더보기
대외비 - 정신피로한 연출과 가볍게 타오르는 감정들이 꼭 일본 아류영화를 보고 베낀듯 Awful 감독: 이원태 배우: 조진웅, 이성민, 김무열 등 강강강 템포의 속도에 수도 없이 벌어지는 배신에 흐름을 맡기며, 정치와 폭력, 부산 특유의 마초기질을 가진 영화들의 클리셰와 정석루트를 그대로 밟기에 체감상 2시간 반정도의 러닝타임처럼 느껴진다. 조진웅을 필두로 한 배우들의 특유의 연극톤의 발성과 표정으로 윽박지르는 꼴이 딱 일본식 감정표현 같아 김 빠진 웃음이 더러 나오곤 했다. 감정의 원천인 인물 내면의 심리 속에서 올라오는 것이 아닌, 그저 가볍게 겉면에서 타오르는 불꽃처럼 말이다. 특정 배우를 떠올리면 특정 장르에 국한되어 있다는 것을 느낄 때가 있다. (요즘은 '고립'이라는 표현을 쓰고 싶다.) 배우의 장르화, 장르의 배우화. 엄청 특출나지 않은 보통의 배우로 가정을 해보자면 이는 분.. 더보기
더 웨일 - 남을 구원하기 이전에 본인부터 구제하시길 Ordinary 감독: 대런 애로노프스키 배우: 브랜든 프레이저, 세이디 싱크 등 불행한 과거와 자신이 저지른 선택으로 인해 (정신적으로) 불안하며 (신체적으로) 자기 파괴적인 아버지가, (정신적으로) 딸을 구원하는 동시에 자신도 죗값을 씻어 (정신적으로) 구원받고 (신체적으로) 해방되고자 하는 한편, 그런 그를 (신체적으로) 구원하고픈 주변인물과의 마찰과 그 간극의 감정이 주요한 이 영화는 막상 2시간이 다 흐르고 나면 '그 구원'에 대한 장황한 견해보다 브랜든 프레이저의 인상적인 호연만이 기억에 남는다. 회생하고 재기할 방법이 충분히 있음에도 자기 자신을 방치하고 곪게 내버려 두면서, 오로지 혈육인 딸에게 '못다 한 부모노릇과 금전적인 지원을 해주는 것'에 혈안이 되어있는 모습을 보자면, 어찌 보면 .. 더보기
애프터썬 - One Without from Aftersun 영화의 엔딩곡 먹먹한 바이올린의 선율이 마치 바닷파도의 밀물과 썰물처럼 균일한 리듬으로 들이쳐 마음을 미어지게 한다. 더보기
클로즈 - 보통의 장르적 드라마를 견인하는 아이들의 깊고 강렬한 눈망울 Recommend 감독: 루카스 돈트 배우: 에덴 담브린, 구스타브 더 바엘러, 에밀리 드켄, 레아 드루케 등 특정 장르영화를 생각하면 대번에 떠오르는 얼개들이 있다. 가령 음악 장르일 경우, 과거의 영광에 갇혀 살지만 현실은 개차반인 인물이 다시 화려하게 부활하는 인생 2막이라던가. 운동 장르일 경우, 항상 부진하지만 특정 사건을 계기로 각성하여 유의미한 성과를 거둔다거나 하는 등의 이야기말이다. 이번엔 장르를 퀴어로 설정해 보자. 약간의 부연설명을 하자면 10대 초반의 퀴어영화다. 그럼 편견처럼 자리 잡히는 대강의 이야기들이 있을 것이다. 이 영화는 당신이 떠올리는 바로 그 보통의 장르적 드라마를 교과서처럼 따라간다. 놀라운 점은 어린아이들의 견인하는 힘이 상당하다는 것. 그 시절 그 나이에서만 볼 .. 더보기
TAR 타르 - 개인의 능력과 성품은 별개로 봐야 한다는 입장으로서 전적으로 공감하는 그녀의 소신, 그러나 지지할 수 없는 선택들 Ordinary 감독: 토드 필드 배우: 케이트 블란쳇, 노에미 메를랑, 니나 호스 등 일생동안 20명의 아이를 낳는 등-그의 표현에 따르면-문란한 삶을 살아왔기에 위대한 작곡가 바흐를 배우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은 팬젠더 학생과 성적, 정치적, 사회적 시선으로 편협하게 세상을 바라보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교수. 요즈음 걸핏하면 대두되는 사회적 문화인 캔슬 컬처에 대한 대표적인 두 시선들. 개인의 능력과 성품은 별개로 봐야 한다는 입장으로서 그녀의 소신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다만 위치와 권력에 도취되어 내린 여러 그릇된 선택들은 지지하기 어렵다. 능력과 성품에 대한 잣대와 그 인물의 자질에 대한 범위 음악 인생 절정에서 내린 그릇된 선택 꼭대기에서 바닥으로 추락하는 과정 속에서 그녀와 주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