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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책 리뷰

멋진 신세계 - 집요하고 세세한 비유를 통한 비판, 나아가 그 기준을 자신에게도 적용하여 본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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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올더스 헉슬리

출판사: 문예출판사


사상과 이념의 대립


책임 없는 쾌락과 이득 vs 피, 땀 등 희생으로 얻어내는 결과와 보람
유아적 사고와 권리, 통제 vs 독자적 판단과 행동, 권리와 자유

20세기부터 전 세계적인 영향력을 끼치는 미국과 서구 열강들 덕에 오늘날 민주주의와 자유경제체제는 이미 우리들에게는 너무 익숙하다. 이 책이 발간되었을 당시인 20세기 초반은 민주주의와 사회주의의 대립, 즉 서구 열강들과 러시아의 사상적 경쟁이 이루어지던 시기이다. 올더스 헉슬리는 사회주의와 전체주의의 유토피아를 현실적이면서도 깊이감 있는 세계관을 구축하여 작품 속의 몇 인물을 제외한 모든 인물들이 행복하게 살아가는 일상을 그려내지만. 민주주의와 자유를 제1순위로 두고 살아가는 현재의 우리들에게는 참으로 무섭고 냉혹한 디스토피아 그 자체로 보인다. 한 사상의 궁극적 유토피아를 그려 역설적으로 그에 대한 모순과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 이보다 효과적인 비판이 더 있을까.

반사회주의 또는 기존 인류 전통 민족/부락 주의에 민주주의의 시선을 약간 첨가한 사회에서 살아온 인물의 반사회주의 적응 실패 및 전체, 사회주의 사상의 모순과 치명적인 단점을 제시한다. 권력과 야욕을 위해 개인의 사상과 신념, 재능과 가치관들을 스스로 말소한 총통의 스케치와 야만인과의 치열한 대립은 곧 민주-자유주의와 사회-전체주의의 대립과도 같다.

사회, 전체주의를 비판하는 것임을 아는데도 또 다른 시선으로 보자면 솔깃하기도 하다. 이미 민주, 자유 경쟁 사회에서도 개미처럼 일만 하고 소마(술, 담배, 도박, 게임, 마약 등 말초적인 쾌락)로 하루하루를 살아나가는 이들이 꽤나 많기 때문이기도 하며, 그들의 입장에서 상류층을 바라보았을 때 발생하는 불만, 열등감, 박탈감 등을 감안해본다면 사회주의의 나락에서 살아가는 이들이 더 행복할지도 모른다, 라는 생각. 오히려 기회를 묵살하고 선택권 없이 생명의 잉태 순간부터 누군가에 의해 통제되는 삶이 아니라면, 현재와 사실 크게 다를 바는 없어 보인다.

민주주의 사회 속에서 나고 자라온 이가 사회주의에 적응하지 못한 것.

반대로 사회주의에서 살아온 이가 몇십 년이 지나도 결국 동화되지 못하고 기존 방식대로 삶을 마감하는 것
결국, 인간은 자신이 살아왔던 배경과 사상에서 벗어나기 힘들며 기존과 다른 사상으로 바뀌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민주주의 또한 다른 사상에서 살던, 또는 사는 이가 바라본다면 저열하고 냉혹한 삶일 것이며, 이는 인간이 사는 사회와 사상엔 정답이 없으며, 한쪽에 안주하고 정착하지 말 것이며, 끝없이 긴장하며 성찰과 반성이 필요하다는 작가의 철학적 메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