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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영화 리뷰

하얀 리본 - 훌륭한 비유를 통해 생각을 상징화하여 전달할 수 있는 화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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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미하엘 하네케

배우: 크리스티안 프리에델, 울리히 터커, 에른스트 야코비 등


하얀 리본은 한 남자의 덤덤한 내레이션으로 시작한다.


독일의 한 시골마을에서 벌어지는 크고 작은 사건들이 연속적으로 발생하면서 자연스럽게 '누가' 이 범행을 저질렀는지에 대해 초점이 맞춰진다. 그러나, 온통 흑색과 백색 단 둘로 간단하게 나누어지는 영화 속 화면과는 다르게 매우 애매하고 흐릿하게 안갯속으로 들어가기만 할 뿐 범인은 끝끝내 밝혀지지 않는다. 오직 교사의 추리처럼 마을 아이들이 가장 유력한 후보로 점쳐질 뿐이다. 때문에 관객들은 이 영화의 마지막으로 인해 관객들은 적지 않은 혼란에 빠질 것이며, 다음과 같은 질문에 이르게 된다. "그래서 누가 범인이란 거야?"


여기에 대한 감독의 대답은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나오는 교사의 첫 내레이션에 나와있다. 그는, 범인이 누군지 얘기하려고 한 적조차 없다. 다만 한 마을을 통해서 독일, 정확히는 파시즘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고압적인 인물, 수직적 환경, 그리고 통제된 사회 속에서 새하얗던 아이들이 어떻게 변질되어가는지를 단순하면서도 훌륭한 방법으로 보여주며, 나아가 아이들에게 집단과 이념을 적용하여보면 파시즘이 어떻게 탄생되고 발전하는지도 비유적으로 알 수 있다. 감독의 메시지는 바로 이것이다.


비록 초점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모르겠을 정도로 산발적인 전개가 빈번하게 벌어짐에도, 감독이 말하고 싶은 주제를 향해 나아가는 뚝심과 전달하는 방식의 위력은 인정받아 마땅하다. 같은 주제, 같은 이야기더라도 화자의 어법에 따라 천차만별로 다르게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가령 누군가와 대화할 때 적절한 은유를 통해 그들의 생각을 상징화하여 단번에 공감과 이해의 단계까지 직행했을 때 속이 시원하게 느껴지는 것처럼 말이다.


미하엘 하네케는 훌륭한 예시와 함께 대담하게 관객들에게 사회적, 이념적, 심리적, 인문학적 질문을 넌지시 던진다.

 

영화의 막이 올라가고 난 후에 곱씹을 거리가 점점 많아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서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