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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영화 리뷰

이터널스 - 러닝타임 값을 하는 선수들

Ordinary

감독 : 클로이 자오
배우 : 안젤리나 졸리, 리처드 매든, 셀마 헤이엑, 키트 해링턴, 젬마 찬, 마동석, 베리 케오간 등


08년도부터 시작해 19년도에 장엄하게 막을 내린, 11년간의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이하 MCU)의 성공 신화 이후 바통을 넘겨받게 되었다는 부담감을 제하고 보더라도, MCU 세계관 속에서 등장하는 여타 다른 인물들과는 다르게 세계관의 최상위 계층에 있는, 다시 말해 세계관에 큰 영향을 끼치는 인물들을 다루는 영화다 보니 톤 앤 매너에 대해서 제작진 입장에서는 부담이 상당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노마드랜드'로 건조하면서도 따뜻한 감정선을 그려내며 아카데미 감독상을 수상한 클로이 자오를 선임하게 된 이유로 추측된다.

마블의 강점이라고 할 수 있는 위트 있는 유머와 가족식 농담마저도-킨고와 길가메시 그 둘이 환기 역할을 톡톡히 하지만-다른 마블 영화들과 비교해보면 농담의 빈도가 적고 분위기가 무겁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같은 이유로, 대중성이 제1순위 목표인 슈퍼히어로 영화임에도 어벤져스: 엔드게임에 이어 MCU 장편영화 중 2번째로 긴 156분이라는 러닝타임을 채택, 그 대부분의 시간을 드라마와 서사에 힘을 쏟았다. 덕분에 확장된 거대한 세계관 뿐만 아니라 농아, 게이, 정신이상, 피터팬 증후군 등 현재 PC로 만들어 낼 수 있는 거의 모든 특징들을 지닌 다양한 인물들의 드라마를 잘 표현해 스토리텔링 면에서는 뛰어나다고 할 수 있다.


보통 대부분의 슈퍼히어로 영화는 주인공과 가까운 동료 한두 명, 그리고 악역과 그 배경 집단이 되는 들러리들로 구성되어있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으로 MCU 대부분의 장편영화들처럼 말이다. 그 주인공들과 서브 캐릭터들 하나하나가 겹치고 갈마지면서 하나의 큰 무대에서 같이 활약하는 작품이 바로 '어벤져스'다.

이들이 한데 뭉치기 이전까지의 개개인의 서사와 뒷배경 이야기를 이전 작품들을 통해서 만나 볼 수 있었고, 또 이들의 만나면서 생기는 여러 케미와 합에 대한 기대와 관심들, 그리고 그를 충족시켜줄 만한 마블의 프로듀싱 능력이 빛을 발해 지금의 마블을 구축했다고 생각한다. 이와 반대의 예시로는 DC의 확장 유니버스가 있을 것이다.

이처럼 08년도의 아이언 맨 이후부터의 슈퍼히어로 장르의 영화의 구성은 공식처럼 변해 당장 3개월 전에 개봉했던 영화 '샹치: 텐 링즈의 전설' 마저도 이러한 구도를 갖추고 있다. 그러나 이터널스는 다르다. 영화에서 등장하는 중요한 집단인 이터널만 해도 10명에 주변 인물과 들러리들 까지 합세하면 거진 소규모 어벤져스 급의 덩치인 데다가, 영화의 맥락마저도 그와 크게 다르지 않다.

수십 편이 아닌 단 한 편의 장편영화에서 대중성과 작품의 완성도를 동시에 목표로 삼고 보여줄 수 있는 최선의 결과이지 않았나 싶다.


이터널스는 과거와 현재 시간대를 여러 번 반복하면서 서사를 풀어나가기에, '이터널스'라는 집단의 목표와 배후가 초, 중, 후반부에 걸쳐서 여러 번 바뀌곤 한다. 이는 그들의 정체성과 목표와 그들이 섬기는 이에 대한 의지와 신념이 흔들린다는 점을 탁월하게 활용한 부분.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15년도 MCU 장편영화인 '닥터 스트레인지' 이후부터 마블의 CG 및 VFX의 실력이 일취월장하는 것을 보고 있으니 더더욱이 기대가 된다. 특히 테나와 마카리의 전투 및 초능력을 활용한 시퀀스들은 백미.



데비안츠의 크로를 비롯한 몇몇 등장인물들의 존재감 없는 퇴장, 수십 가지가 되는 이터널스 및 등장인물들의 초능력들을 십 분 활용하지 못한 점 등은 아쉬운 부분으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