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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영화 리뷰

마더 - 겉으로만 표출하는 감정표현의 매너리즘

Awful

감독 : 오모리 타츠시

배우 : 나가사와 마사미, 아베 사다오, 카호 등


 

타국 언어에서 오는 이질감 때문일까, 아니면 연기에 대한 다른 개념과 철학을 가진 나라에 적응을 하지 못한 탓일까. 유독 일본어로 이루어진 연기는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애를 써도 겉표면에서만 감정을 분출한다는 느낌을 지우기 쉽지 않다. 이 점은 배우들의 농도 짙은 감정적 연기가 요구되며, 그에 따라 영화 전반의 분위기가 좌우되는 하드보일드 장르 영화일수록 더더욱이 그렇다. 잠시 다른 얘기를 해보자면, 케이시 에플렉은 '맨체스터 바이 더 씨'에서 고래고래 울면서 슬픔을 표현해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은 것이 아니다.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에서 크리스토프 왈츠가 연기한 한스 란다 대령이 무서운 점은 그가 그의 감정을 곧이곧대로 표출해서가 아니다. 감정을 연기한다는 것은 얼굴을 구기며 소리를 내지르는 과장과 표출보다, 터져 나올 것만 같은 감정을 삼키고 억누르려고 애를 쓰는 억제와 압축이 훨씬 난이도도 높고, 그에 비례하듯 농도가 짙다. 

 

나가사와 마사미, 아베 사다오와 같이 연기력으로 깨나 일본에서 인정받는다는 연기파 배우들도 본 영화에서는 시끄럽게 소리를 지르고 치고받고 싸우는 등 전형적인 1차원 수준의 연기들로 점철되어 있다. 두 배우 모두 기존 이미지를 탈피하고 파격적인 변화 추구했음에도 이질감 없이 소화해낸 점은 인상 깊으나, 기쁘면 웃고 슬프면 울고 화나면 소리 지르는 감정 표현의 매너리즘을 헤어나지 못한 부분은 심히 아쉽다.

 

영화 내 짙은 채도와 차가운 톤으로 보정된 뒷 배경과 인물들의 얼굴을 가까운 위치에서 포커싱하여 잡아내는 구도는 감정적인 드라마를 그려내는 데에 효과적인 연출이다. 영화 '마더' 또한 이 법칙을 충실히 따른다. 다만 여기서 카메라워크가 산통을 깬다. 관객들의 눈과 같은 기능을 하는 카메라는, 이벤트가 벌어지는 현장과 그 인물을 보여주거나, 지레짐작이 가능하게끔 전후 사정을 잡아내주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배우의 역할이 끝났다면 프레임 바깥으로 내보내거나 포커싱을 다른 방향으로 잡거나, 아니면 다음 컷으로 넘어가야 한다. 싸움구경을 하는데 눈길을 지나가는 행인에게 줄 리가 없지 않는가. 구태여 역할이 끝난 배우를 어중간하게 한 귀퉁이에 잡아두는지 이해가 되질 않는다. 

 

부모와 보호자의 부재를 다룰 것이라면 많은 영감을 받은 것으로 보이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아무도 모른다'처럼 아들의 시점만으로 영화를 그려냈으면 더 효과적이었지 않을까. 어중간하게 엄마와 아들의 지분이 절반씩 같은 이유로, 어느 한쪽에도 쉽사리 무게추가 기울지 않는 역효과만 불러일으킨다.

 

극이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깨닫게 되는 것과 작위적으로 주입시켜 알게 되는 것은 천지차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명명백백하게 그들의 상황, 의도, 감정과 결과들을 일기 쓰듯 나열하기만 한다면, 다큐멘터리와 다른 점이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