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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영화 리뷰

더 웨일 - 남을 구원하기 이전에 본인부터 구제하시길

Ordinary

감독: 대런 애로노프스키

배우: 브랜든 프레이저, 세이디 싱크 등


불행한 과거와 자신이 저지른 선택으로 인해 (정신적으로) 불안하며 (신체적으로) 자기 파괴적인 아버지가, (정신적으로) 딸을 구원하는 동시에 자신도 죗값을 씻어 (정신적으로) 구원받고 (신체적으로) 해방되고자 하는 한편, 그런 그를 (신체적으로) 구원하고픈 주변인물과의 마찰과 그 간극의 감정이 주요한 이 영화는 막상 2시간이 다 흐르고 나면 '그 구원'에 대한 장황한 견해보다 브랜든 프레이저의 인상적인 호연만이 기억에 남는다.

 

회생하고 재기할 방법이 충분히 있음에도 자기 자신을 방치하고 곪게 내버려 두면서, 오로지 혈육인 딸에게 '못다 한 부모노릇과 금전적인 지원을 해주는 것'에 혈안이 되어있는 모습을 보자면, 어찌 보면 이기적이라는 생각마저 든다. 자신이 필사적으로 남을 구원하고픈 그 마음만큼 남들도 그를 생각하는데, 미안하다는 말만 연신 되풀이할 뿐 끝끝내 거부한다. 남들의 손길은 대차게 뿌리치면서 자신의 손길은 닿길 원하는 일방적인 태도로는 공감을 불러일으키기 어렵다. 그만큼 지켜야 할 본인의 신념이 가치가 있는가? 공감을 원치 않는다면 할 말은 없다만.

 

때문에 오히려 찰리보단 되려 그를 케어해주는 리즈에게 마음이 더 쓰인다.

제자와 사랑에 빠져 가정을 버리고 이혼하는 등 자신이 주체적으로 선택을 내린 찰리와는 달리 태어나자마자 입양당하고 집안에서 원치 않는 종교를 강요받는 등 선택의 기회조차 없이 자란 불우한 과거를 가진 그녀가 감정적인 연민의 가산점이 붙는다면 더 붙을 것이며, 사랑하는 이를 잃었다는 교집합 속에서 서로 의지하고 딛고 일어서려는 리즈와는 달리 자기 연민의 늪에 빠져 주변사람들에게까지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게 하는 것 자체가 건강하지 않다고 느껴진다. 그런 그에게 매번 독약이나 다름없는 패스트푸드를 갖다 주는 그녀의 심정을 생각하자면 찰리에 대한 연민은 쉽게 사라지게 된다. 오죽하면 자기가 보는 눈앞에서는 사랑하는 사람을 또 잃게 하지는 말아 달라고 울면서 부탁을 했을까.


퀄리티가 뛰어나지 않더라도 자신만의 견해가 가득 찬 에세이를 원하는 등 주관적이고 자기중심적인 사고를 제자와 딸에게 몇 차례 주입하려 하나 그 저변의 의도를 쉽사리 파악하기 어려우며 그러한 선택을 하기까지의 심경의 변화 또한 알아차리기 어렵다. 때문에 종반부의 시퀀스는 감정적으로 공감하기엔 무리가 있다.

 

찰리라는 인물의 전후상황을 전해 들었을 뿐 실제로 겪어보지 못한 제 3자가 쉽게 떠들어대는 것이라 할지 몰라도, 나에겐 와닿지 않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