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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드라마 리뷰

D.P. - 군대를 가볍게, 또 얕잡아 보는 그대들에게

Ordinary

감독: 한준희

원작: D.P 개의 날 - 김보통

배우: 정해인, 구교환, 김성균, 손석구, 신승호, 조현철 등


좌) MBC 일밤 - 진짜 사나이  우) 용서받지 못한 자


한국 군대를 소재로 빚어진 창작물들은 그 방향성이 극과 극으로 나뉜다.

 

하나는 절대적인 명령과 통제로 이루어진 군대라는 무겁고 엄격한 대중들의 인식을 가볍고 유쾌한 개그코드로 환기시켜 심리적 거리감을 좁히는 것으로, 대표적으로 MBC의 인기 예능이었던 진짜 사나이 시리즈가 있다.


다른 하나는 내부 고발 형식으로, 군대 내 부조리와 악습들을 가감 없이 까발리며 모든 것이 엄격하게 통제되는 군대 특성상 밖으로 새어나가지 못한 피해자들의 악에 받친 절규를 다루며, 대표적으로 용서받지 못한 자가 있다.

요즈음 한참 화제인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D.P.(이하 디피)는 자명하게도 후자 쪽이다.

DP는 탈영병을 체포하는 헌병대 군무이탈체포조(Deserter Pursuit)를 뜻하는 것으로 작 중 안준호(정해인 분)와 한호열(구교환 분)이 맡은 역할이다. 드라마 디피는 이 둘과 그들의 상관인 군무이탈담당관, 박범구(김성균 분)를 중심으로 탈영병을 쫓는 이야기를 다룬다. 그러나 마치 '용서받지 못한 자'를 제작한 윤종빈 감독이 당시 제작을 위해 국방부에 가짜 시나리오를 제출한 것처럼, 디피 역시 젊고 잘생긴 주연들이 군대를 배경으로 한 추격 액션 드라마처럼 보이는 껍데기와는 다소 다른 방향성을 띄고 있다.

디피는 가족과 연인, 친구 사이의 인간관계 등 -고작 20대 초반일 뿐인 청춘인- 탈영병들의 배경이 되는 사회상을 다루며 동시에 이들이 탈영하게 된 근본적인 배경인 군대의 고질적인 문제점인 부대 내 가혹행위와 부조리들을 고발한다. 특히 부대 내 괴롭힘을 연출한 장면들이 충격적이다. 첫 장면부터, 또 여러번 등장하는 가혹행위들은 황장수(신승호 분)를 필두로 자세하고 적나라하게 그려진다. 계속되는 가혹행위와 수직적, 위계적으로 철저히 조직화된 군대 생활로 인해 긍정적이고 희망적이었던 '봉디' 조석봉이 서서히 망가져가며 파국으로 치닫는 모습은 군 부대 내 가혹행위의 피해자들의 전형을 보여주며 그들의 설움과 절규와 같다. 조석봉과 그의 친구의 결말, 작 중 배경이 2014년도라는 점을 미루어보았을 때 임 병장 사건과 윤 일병 사건에서 모티브를 받은 것 같다.

궁극적으로 한준희 감독과 원작자인 김보통(활동명, 실명 김호열) 만화가는 군대의 고질적인 악습의 고발과 개선 촉구의 목소리를 내며, 또 주인공 안준호와 첫 에피소드 때 극단적 선택을 한 신우석의 누나 역할을 통해 그동안 방관하거나 가볍게, 나아가 얕잡아 보기까지 하는 대중들의 인식과 개념에 변화를 촉구하며 더 이상 좌시하지 말고 함께 바꾸어 나가자는 연대의 손을 내민다.


D.P. 출연 배우들, 출처:뉴데일리


디피의 군무이탈체포조 삼인방의 앙상블은 무겁기만 한 디피의 분위기를 가볍게 한 번씩 환기시켜주곤 한다. 
그러나 냉정하게 하나씩 뜯어보자면 역시나 영 시원하지만은 않은 구석이 몇 있다.

예를 들어 안준호를 연기한 정해인 배우는 격한 감정을 드러낼 일이 없는 소위 '생활 연기' 측면에서는 안정된 모습을 보여주나 반대로 드라마틱한 장면을 뽑아내야 될 씬에서는 파급력이 부족할 때가 종종 보인다. 특히 마지막 화 클라이맥스에서는 부정적인 의미로 홀로 도드라진다. 반대로 요즘 핫한 구교환은 배역과 찰떡일 정도로 열연을 펼치지만, 이와 별개로 한호열 캐릭터는 아직도 '건축학개론'의 조정석 (납뜩이 역)의 전형에서 벗어나질 못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오히려 그 역할과 배우의 대체자라는 느낌이 들 정도.

전역한 이들이 PTSD가 올 정도로 현실성과 고증에 힘쓴 초반부와 달리 후반부로 갈 수록 드라마틱해지다 보니 리얼리티에 초점을 맞췄던 초반부에 비해 현실성이 떨어지는 편. 그 둘을 적절하게 조합해내는 감독들이 그리 많지 않다는 점을 감안해야겠지만 말이다.